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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잡담 어머니의 손
  • 칸타타2017-05-07 22:06:58조회 199추천수 4댓글 17
  •  어머니의 손..

     

    초딩 2학년쯤 이었을 겁니다.

    서울 강북의 한 동네 길가에 형성된 간이 재래시장 한복판에 지금으로 말하자면 규모가 꽤 큰 마트가 들어섰습니다.

    그곳 주인아저씨는 네트웤 마케팅에도 능한분 이었습니다.

    얼마전의 ‘허니버터칩’과자가 품귀현상이듯이 당시에도 귀하디 귀했던 ‘새우깡’이 입고 될 때마다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서 한박스를 선심쓰듯이 안겨주었으니 말입니다.

    그 덕분에 그 슈퍼마켓은 동네사람들의 돈을 쓸어 담는다는 말이 돌정도로 성황리에 장사가 됐었습니다.

     

    저도 동네 개구쟁이들(고학년 형들)무리속에 어리버리 섞여서 몇차례 구경을 갔었죠.

    재래식 동네 가게와는 비교할수없이 깔끔하게 진열된 과자들과 식품들은 마치 헨젤과 그레텔이 발견한 과자로 만든 집처럼 황홀한 광경 이었습니다.

     

    어느날 그 고학년들이 뭐라고 쑤근 쑤근 대다가는 “야 너도가자” 라는 것입니다.

    그 무리에 끼어서 놀기위해 집에있던 과자니 사탕이니 가져다 바치던 저로써는 어딘지도 모르게 ‘가자’는 말만으로도 감지덕지, 흥분지수 만땅 이었겠지요.

    그런데 그날의 결과는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할만한 인생에서 지워지지 않는 사건의 날 이었습니다.

     

    물건을 진열한 사이로 기웃 기웃거리던 형들은 갑자기 가방속에다 초콜릿을 덥썩 집어서 쓸어담는 것 이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린 나를 한명이 끌고 나오는 그시간은 얼마나 길고도 긴장이 되는 시간 이었던지...

    그날의 거사는 성공을 했습니다.

    그 도둑 형들과 저는 골목에서 초콜렛을 분배했습니다.

    저에게도 세 개나 몫이 떨어진걸보면 꽤 많은 성과(?)를 이루었을 겁니다.

     

    그후로 몇일후..

    어머니께서 저를 부르셔서 방으로 들어서는 순간 온몸이 뻣뻣이 굳어버렷습니다.

    방 안에는 가방과 그속에서나온 먹다만 초콜렛 한 개의포장이 있는 것 이었네요.

    거짓말을 할줄 모르던 어린아이였기 때문에 사실을 다 털어놓게 되었고..

    아무말 없이 방문을 열고 나가신 어머니는 조금후에 저를 또 부르십니다.

     

    거실로 나온저는 그야말로 아연실색.. 오줌을 지릴정도로 무서운광경을 봅니다.

    어머니께서 살벌한 식칼과 도마를 놓고는 앉아 계시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니... 한석봉 어머니는 식칼과 도마를 놓고 떡이라도 썰었지만 저희 어머니께서는 떡도 없이 도마와 식칼만을 놓고 계시는 것 이었죠.

    그리고는 제게 너무도 싸늘히... 말씀을 하십니다.

     

    “나는 도둑아들과 함께 살 수 없다. 그래서 다시는 그런짓을 하지 못하게 도둑질한 손을 자르려고 한다. 그러니 손을 내밀어라”

    그렇습니다... 한석봉의 어머니는 떡을 썰었고, 저희 어머니께서는 제 손목을 써시려고 하는것 이었습니다.

    새파랗게 질려버린 저는 손바닥에 모터가 달린 듯이 빌어대며 꺼이 꺼이 울고불고 난리를 칩니다. “어~으마!!!!! 다~으시느으~~~아 그래~~여어으어어어어어어~~~~~~~”

    그때의 시퍼렇게 날선 식칼은 평생 저의 트라우마가 됩니다.

     

    그렇게 한바탕 난리가 진정되고나서 어머니는 저의 손을 잡고 그 슈퍼마켓 아저씨에게 갑니다., 그곳에서 저는 또한번 울며불며 잘못했다고 빌었고 ‘괜찬다’며 손사례를 치는 주인아저씨에게 어머니는 우리 도둑들이 먹은 초콜렛에 몇배쯤은 되는 돈을 쥐어주고 온 것 입니다.

     

    그 이후로 저는 그 수퍼엔 혼자서 절대로 들어가지도 않았으며..

    물건을 훔치는 생각은 꿈에도 해본적이 없네요.

    그때 제 손목을 도마로 잡아 끌던 어머니의 손은 어쩜 그렇게도 커 보였던지...

    그 손의 힘은 어쩜 그렇게도 강했던지..

    지금도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습니다.

     


    올해로 85세를 맞으신 어머니의 손을 만지면 요즘은 왜 그렇게도 작고 애잔한지...

    어린 그때 씩씩거리시며 동네 슈퍼로 이끌던어머니의 손..

    어떤날은 노란색 양장을 하고 명동 한일관으로 제손을 잡고 이끄시던 부드러운 어머니의손이 너무나 그립습니다.

    그래도 부디 오래 오래 불효자의 곁에 계셔 주기만을 바랄 뿐이지요.

     

     

    오래전 다녔던 영어학원의 양녀선생께서 이곡을 들으면 어머니가 생각 난다며 눈이 붉어지던곡...그래서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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