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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잡담 책수다 <오직 땅고만을 추었다>
  • Emma2017-06-23 11:50:18조회 116추천수 3댓글 9

  • <오직 땅고만을 추었다>

    정적인 생활 패턴을 바꿔보려 6개월정도 고민의 시간을 거친 후 비로소 시작된 탱고 라이프. 이제 4개월째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지독한 몸치라는 사실을 확인 재확인하며 좌절의 순간(?)을 수업 시간마다 느꼈지만 스트링 선율과 반도네온의 조합, 그저 좋아하는 음악에 힘을 얻으며 좌절하지는 않았습니다. 쉽지 않은 3개월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마스터들의 표현중 탱고 라이프라는 표현이 왜 생긴것인지 조금은 알 거 같은 생각이 들 즈음 이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탱고를 배우고자 했던 첫 목표가 에너지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근력이 너무 떨어져 PT를 1년반이 넘게 받았지만 탁월한 몸매 보정 효과라던지 또는 에너지 넘치는 일상이 펼쳐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며 눈에 들어온 분야가 춤이었고, 특히나 탱고는 모든 춤을 배운 사람이 가장 마지막에 배우는 춤, 또 더 나아가 나이가 들어서도 무리 되지 않게 할 수 있는 운동일거 같다는 생각이 출발의 동기가 되었습니다.

    Tango (2009년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 등재) 쓰고,  땅고라 읽는다.

    (그림자처럼 두 사람이 하나가 되어 추는 신비한 교감의 춤. 그래서 땅고는 네 개의 다리와 하나의 심장이 추는 춤이라고 정의된다.)

    (땅고를 춘다는 것은 자신의 걸음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이다,)

    (땅고는 내 걸음 속에 리듬을 넣어 상대방과 함께 걸으며 추는 춤이다.)

    (타인과 함께 걷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행동이다. 두 사람이 만나 서로 충돌하지 않고 함께 걷기 위해서는 상대에 대한 집중과 배려가 필요하다.)

    (시인 이상의 고백처럼, 거울 속의 나는 왼손잡이고 거울 속의 나는 진짜 나와는 반대이지만 많이 닮아 있듯이, 땅고를 추면서 나는 나의 반대편으로 움직이는 상대와 함께 걷는 아주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중략) 내가 함께 땅고를 추는 상대는 내가 만들어낸 나의 그림자, 또다른 나이며 내 안의 어디엔가 잠복해 있는 나의 모습중 하나이다.)

     

    땅고의 기원과 역사, 그 시기의 세계정세, 땅고의 음악, 땅고의 예술가들, 땅고의 가치까지. 책을 읽는 동안 가보지 못한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대한 동경이 깊어가는 시간이었습니다. 땅고 음악이 아르헨티나의 뽕짝이라는 이야기, 세계 각국의 많은 춤중에서 유독 땅고가 우리 문화에 친숙하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건 이민자들의 애환에서 시작된 깊은 한의 정서 때문이라는 이야기, 그렇게 삶의 환희보다 슬픔을 연주하는 땅고 음악을 통해 벅찰 정도로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 모두 내면의 외로움을 담고 살아가고 있다는 이중적인 모습들을 인정하는 투영의 시간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인생은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것이라는 말을 막연하고 어렵게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는 이제 막 땅고를 좋아하기 시작했고, 시간이 걸려도 잘해내서, 정말 재미를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을 비로소 하게 되었습니다. 또 시간이 더 흐른 후에는 작가의 outro (지금 나는 생각한다. 내 인생에서 가장 멋진 결정은 땅고를 추기 시작한 것이었다고.) 구절처럼 저역시도 그런 공감을 나누고 싶다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땅고 라이프가 연속되길 바라며 오늘 점심시간엔  땅고 음악을 듣습니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제가 배우고 있는 땅고는 땅고의 일반적 이미지로 떠올리는 땅고 에세나리오(땅고 공연)이 아니라 땅고 사론입니다. 그러니까 저는 엘레강스하게 걷기를 목표로 그저 몇 달째 어정쩡한 걷기만 하고 있는 땅고 루저라는 얘기입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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