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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떡본 김에 제사 - (2편) 자식의 마음
  • 노루골오도팔2017-07-21 19:07:10조회 92추천수 3댓글 12
  • (들어가기 전에) 이 글을 더 재미있게 읽으시려면 먼저 아래 링크 글 (1편)을 보신 다음 정독하실 것을 권합니다. 

    ○● 자식사랑은 짝사랑 - (1편) 부모의 마음 ☜ 클릭

     

    요즘 군대 마이~ 좋아졌다고들 하지요. 그러니 넘 노심초사하지 말라고 위로들 합니다.
    맞고요~, 포털사이트에 가족을 위해 신병교육대대 카페도 만들어 그날그날 훈련일정과 식단, 사진도 올려주니 정말 좋아졌습니다. 인터넷 편지도 쓸 수 있고 가족사진도 보낼 수 있습니다.

    자식 군에 보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혹 ‘곰신’이라고 들어보셨나요? 곰플레이어도 아니고 전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한참을 골똘히 생각해야 했답니다. 여친들을 이르는 신조어더군요. 고무신을 빨리 발음한 말. 거 왜 고무신 바꿔 신는다는 말 있잖습니까. 고무신 거꾸로 신지 않은 여자친구들만 쓰는 게시판, 단톡방도 개설돼 있습니다. 신병교육이 끝나면 어느 사단으로 배치할 예정이라는 알림도 문자로 보내주고요. 참말 요즘 군대 마이 좋아진 거 맞습니다.


    그렇지만 막상 자식을 군에 보내고 보니 좋아졌네 마네의 문제가 아니더군요. 그저 걱정되고 그리운 겁니다. 게다가 군내 궂은 소식이 뉴스에서 흘러나오기라도 하면 결코 남의 일 같지가 않습니다. 제가 매일 아침 남태령 고갯길을 넘어오는데 거기 수도방위사령부가 있잖아요. 자연 군복 입은 아이들을 자주 보게 되는데 하나같이 내 아이 같아 자꾸 보게 되고요. 이게 부모마음입니다.


    이 사진, 제가 아이가 입대한 지 일주일 만에 뒤늦게 카페에 들어가 사진첩을 뒤지다 처음으로 마주한 아이사진인데, 뒷모습만 보고도...아...아들아...첫사진 보고 순간 숨이 컥 막히고 심장이 정지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다 다른 날짜에 오른 이 사진, 총기수여식에서 250여 명 훈병을 대표해 총기를 받고 있는 아이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의아했다고 해야할지. 왜 야가 여기 있지? 학교 다닐 때 귀차니즘에 줄반장도 마다하던 녀석이...궁금했습니다. 참 희한한 일도 다 있네 그랴. 걍 무작위로 찍혔나.

    첫째놈에게 물어봤더니 아마 중대장을 맡은 거 같다면서 소대장, 분대장 이런 거 하면 더 일찍 일어나야 하고 늦게 자야해 힘이 들지만 대신 나중 포상 같은 게 주어지기에 자원하는 녀석들이 있다네요. 구체적으로 어떤 포상인지는 모르겠으나 외부로 몇 번 전화 걸 수 있는 특혜, 아니면 자대배치 후 외출 뭐 이런 걸 테죠. 어쨌거나 마지 못해 하는 거보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훈련생활을 하는 거 같아 한시름 놓았습니다. 한편 엄마아빠 생각해 제딴엔 포상 기회를 얻으려 그리했구나, 여겼습니다. 자식사랑은 짝사랑이라지만 울 아들만큼은 그렇지 않았구나 생각하니 참말 기특하고 대견스러워지더군요.

     

    그리고 아흐레째, 그러니까 이번주 수요일 집에 있는 큰아들에게서 카톡이 날아왔습니다. 부대에서 동생 소포가 날아왔다고요. 들어갈 때 입었던 옷가지와 신발, 지갑 같은 소지품과 편지 한 장 동봉한. 보통 부모들은 이 택배박스를 앞에 할 때 많이 운다지요. 제대하는 날까지 그대로 보관하는 엄마도 있다더군요. 그런데 큰녀석이 택배박스에 든 동생 메모를 찍어 날린 카톡 메시지에 확 깹니다. 소박(?)하게 품어보았던 일말의 환상이...


     



    이것이었습니다. 혹 포상을 기대하고 중대장을 자원한 것이었다면 그 동기가. 그 이유가. 그 목적이.
    부모는 자식걱정 자식생각에 오매불망(寤寐不忘)이거늘 자식이란 존재는...본시 품안의 자식이란 걸 잘 알면서도 다소 허탈한 건 어쩔 수 없더군요. 지 여친에게 전해달라는 저 편지, 마나님의 명으로 다음날 제 손으로 회사 근방 우체국 가서 부쳤습니다. 근데 우체국 여직원 반응이 또 거시기했습니다. “호호, 오늘도 케이블인가요?”

     

    둘째의 소포사건(?)을 두고 우리 가족이 보인 반응은 삼인삼색이었습니다. 

    (큰아들) “거 보세요~~ 만날 둘째만 이뻐하시더니 깨소금. ㅋㅋㅋ”

    (마나님) “기대했어? 난 애초부터 기대조차 않았기에 조금도 상처받지 않았어.”

    (노루골오도팔) “...녀석 그래두 그렇지...쩝...”

     

    못내 서운하고 섭섭하고 허망하며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않자 노루골마나님이 보시기에도 좀 안돼 보였던가 봅니다. 아들 군에 보낸 이후로 오디오룸에 잘 들어가지도 않고 깃털 왕창 빠진 폐닭마냥 활기를 잃은 채 지내는 남편이 한편 측은했던 차 이런 황망(?)한 일까지 당하니 사기진작 좀 해주어야겠다 싶었을까요. 느닷없이 오디오룸 에어컨을 무풍에어컨으로 교체하자는 제안을 합니다.

    “됐어...무풍에어컨 값이 얼만디...한철만 켤 것에 비싼 돈을 왜 들여...”

    “뭔 소리래...평소 작은 소리 차이에도 전 재산 아까울 거 없다는 자세로 케이블 바꾸고 기기 바꾸더니만 우째 저 시끄러운 에어컨 소음은 관대하게 참고 넘어간대냐...도통 알 수 없네 그랴. 오도팔들 평소 지론대로라면 이율배반이잖아. 하여간 이해불가여...싫으면 말구...”

    “아...뭐 누가 싫다구 혔남...돈이 많이 들어가니 그런 거지. 이번달 결제할 것두 만만치 않잖아.”

    “헐...당신이 오됴하면서 언제부텀 가계걱정을 했다고...아들 군대 보내더니 덩달아 철이 드나부네...별일이여 별일.”

     

    흐흐...우리가 또 누굽니까. 천하의 오도팔들 아입니꺼. 자고로 떡본 김에 제사 지내는 거고 제사 떡도 커야 귀신이 좋아한다잖습니까. 무풍 에어컨 “받고” 내친 김에 아날리시스 플러스(AnalysisPlus) 솔로 크리스탈 오발 8 스피커케이블 지릅니다. 어디까지나 아들 군에 보낸 아비 심란한 심사 달랠 목적으로. 진짜루!

    노루골마나님의 표정은 제가 큰아들 카톡에 답한 한마디 반응과 똑같았습니다.

     
    “헐~~~”

     

    (깨달은 점) 본시 자식사랑은 내리사랑이고 짝사랑이라 했습니다. 돌려받을 생각하고 주는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겠지요. 그렇지만 암만 자식사랑 올인해 봐야 늙어 오래오래 서로의 곁을 지켜주는 건 배우자밖에 없습니다. 미우니고우니 찌그락빠그락 해싸도 그저 마나님밖에 없습니다. 노새 노새 젊어서 노새, 늙어지면 못 노나니...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하루라도 빨리 아내를 사랑해야 더 많이 사랑할 수 있고, 늙어지면 못 논다니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오디오를 해야겠습니다. 말 되나요? ㅡ..ㅡ;; 



    못 이기는 척 무풍 에어컨으로 교체하고, 이 여름 처연히 가라앉은 아비의 심사 달래보렵니다. 스피커케이블도 바꾸었겠다...그래두 마나님의 사랑과 만사를 잊고 집중할 수 있는 오됴놀이가 있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뭐 전적으로 위로와 위안이 되진 않겠지만서두...진짜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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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봤자 오디오! 그래도 오디오!
    이젠 골짜기라 할 수 없게 된, 노루골이라는 곳에서 서식하며 음악을 즐기는 오도팔(誤道八). 십수년 (오)디오질을 했음에도, 수준이 도개걸윷모의 윷판에서 (도)마냥 여전히 생초보 단계에 머문 채, 오디오이야기를 할 때마다 마나님어록을 약방의 감초처럼 소개하는 걸 즐기는 (팔)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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