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쑥한 소리 한 그릇
  • 어린 시절 시골집 뜨거운 아랫목에서 선잠을 깬 머리맡으로 느껴지던 겨울바람은 비발디를 무색케 했다. 시원한 바람과 섞인 탁 트인 곳에서의 청량한 그 분위기는 당시의 목가적인 풍경에서 발전해서 지금은...

KEAS MOV1 

 

 

겨울이 유난히 따뜻하다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불규칙한 음조와 강약으로 휘감아 오는 겨울바람은 따뜻함이 보장되는 곳에서 시청할 수만 있다면 유례없이 목가적인 것이다. 어린 시절 시골집 뜨거운 아랫목에서 선잠을 깬 머리맡으로 느껴지던 겨울바람은 비발디를 무색케 했다. 시원한 바람과 섞인 탁 트인 곳에서의 청량한 그 분위기는 당시의 목가적인 풍경에서 발전해서 지금은 뭔가 정갈한 고급의 라이프스타일의 형태로 발견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고급 한식당 인테리어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물소리에 전통의 도자기들을 배합해서 연출되곤 한다. 어느 해인가 유럽의 특급호텔에서 둥근 도자기 형태의 세면대를 보고 잠시 손 씻는 일도 잊고 관찰한 적이 있다. 금이나 보석으로 만든 그 어떤 것이 이보다 고급질까?

 

글로벌한 명품의 이미지를 풍기는 도자기를 현대적 인테리어에 접합시키려는 시도는 많았다. 훌륭한 물성에 비해 특정 형상으로 제작이 어렵기 때문에, 완성도를 갖춰 만들고 보면 고가의 제품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일상용품이 되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이 도자기의 응용제품은 고급제품의 컨셉과도 맞아야 하고, 경험많은 한국인에 의해서 제작되어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전제조건들이 있다.

 

곁에 두고 싶어지는 접시

 

KEAS의 MOV1은 접시모양 도자기에 음악파일 재생 시스템을 수납한 블루투스 스피커이다. 사이즈는 딱 칼국수 집에 가서 2인분을 시키면 나오는 대접만 한 제품의 베이스는 전문업체 젠(ZEN) 코리아에서 오랜 고유 방식을 따라 제조한다. 접시의 안쪽이 스피커와 오디오 수신 및 재생유닛이다.

 

세라믹과 같은 고밀도 재질을 틀로 사용하면 나무나 플라스틱 등과는 품질과 성향이 다른 어쿠스틱을 얻을 수 있다. 핸드폰에 있는 자주 듣던 음악을 이 제품을 통해 잠시 시청해 보라. 독특한 말쑥함이 머리를 맑게 해줄 것이다. 또한 일반적인 오디오처럼 스피커 2개를 어디에 둘 것이며 좌우대칭을 만들 일을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같은 크기의 바구니를 들었다 놓았다 할 정도의 활동만 있으면 즐겁게 사용할 수 있다. 잘 어울리는 책상이나 테이블 위에 놓고 듣다가 공원에 피크닉을 갈 때 그대로 들고 나가면 된다. 한 번 충전하면 연속으로 틀어놓는다 해도 대략 서너 시간은 충분할 것 같다. 차 안에서 계속 집에서 듣던 음악을 끊김없이  들을 수 있는 건 물론이다.

 

귀찮은 건 싫으니, 최상의 성능을 부탁해

 

MOV1의 시동은 센서부가 있는 투명창에 손을 대는 것으로 시작된다. 접시의 움푹 들어간 부분에 손을 대략 놀리고 있으면 전원버튼에 불이 들어올 것이다. 그 버튼을 누르는 방식으로 시동과 블루투스 디바이스에 신호를 보내는 일까지 모두 완료되도록 했다.

 

블루투스 4.0을 기반으로 전력소모가 극히 적어 한 번 충전으로 8시간 정도 언플러그드 상태로 사용할 수 있다. 재생의 방식도 편리하지만 별도의 앱을 설치하거나 하지 않고도 매우 신속하게 반응해서 재생 디바이스의 음악을 들려준다. 파일의 전송률은 차이가 있겠지만 MOV1은 현존하는 대부분의 음악파일을 재생한다. MP3는 물론 FLAC이나 WAV까지도 끊기거나 속도가 느려지는 일 없이 재생한다.

 

스마트폰과 타블렛은 물론, 맥북을 포함한 블루투스 지원 노트북이라면 더욱 안정적인 재생이 가능하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링크가 되어있을 경우, 전화가 오면 MOV1의 플레이 버튼을 눌러서 스피커를 통해 모니터할 수 있는데 전화를 굳이? 라고 생각해 보니, 회의실에서 여럿이 컨퍼런스를 할 경우에 아주 유용해 보인다. 꽤 좋은 아이디어를 심어놓았다.

 

의식할 수 없는 인테리어적 소리

 

이 제품은 총 4개의 스피커 유닛으로 소리를 내는데 원천적으로는 고음과 저음, 그리고 좌우가 구분되어 있다. 오디오 제작사에서는 유명하기도 하거니와 종종 투입되곤 하는 덴마크산 피어리스(Perrless) 오디오의 유닛을 사용한 것도 의욕적이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겠지만, MOV1을 조금 진지하게 시청하고 싶다면 스피커의 기울기와 정면으로 마주하는 각도인 선 채로 시청을 해보기 바란다. 다소 극성스럽더라도 제품의 하이파이적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그 상태로 여러 장르의 음악을 시청하다 보면 일관된 스타일이 발견된다. 

 

제작자가 소리를 예리하거나 긴장감이 도는 소리가 되지 않도록 애를 쓴 흔적이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본 제품은 일반적인 하이파이의 대역배분을 따른 컨셉이라던가 해상도를 치열하게 논하는 그런 제품은 아니다. 피어리스의 유닛을 주문해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면 그런 보편적인 소리를 만드는 게 어렵겠는가? 제작자에게 직접 질문한 적 없지만, 그 제작자의 마음 행간을 읽어본다면 스트레스가 없는 생활음처럼 의식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감촉으로 듣는 제품으로 이해되었다. 세라믹 캐비닛을 최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바닥에 신축성 있는 TPU같은 재질을 사용해서 미끄러지지 않고 바닥에 찰싹 달라붙는다. 물론 이보다 큰 효과는 다이나믹한 음악 재생시에도 흔들림 없이 안정적이고 단정한 울림을 뽑아낸다는 데 있다. 하이파이 스피커에 경험이 많은 오디오파일이라면 이 제품의 중량과 세라믹 베이스의 외벽 두께를 잠시 살펴보면 대략의 소리를 짐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네오-트래디셔널 생활소품

 

KEAS의 MOV1은 얼마 전 레드닷(Red Dot) 상을 수상했다. 생활 소품이나 인테리어 제품들이 뱃지처럼 달고 싶어하는 중요한 상이다. 마치 접시 속 수평면 한쪽을 살짝 눌러 한쪽은 내려가고 다른 쪽은 솟아오른 버튼 모양의 이 감각 돋는 제품 디자인을 놓고 다양한 사용공간에 대한 제작자의 고찰이 있었을 것이다.

 

이 제품이 어느 곳에 두어도 공간 속에 스며들어 쉽게 어울리는 비주얼을 선사하는 것은 그런 감각과 관찰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이 컨셉을 기반으로 가로줄이 생생한 도자기를 사용하고 뉴욕의 핫한 섬유회사(Maharam)의 커버를 입힌 크로스오버 오디오를 만들어 냈다. 칼라도 다양한 조합 선택이 가능하다. 보기에 좋은 것과 더불어 이 제품을 어느 순간에도 편리하게 만든 것은 게으름을 조장한다기 보다는, 유쾌한 기분으로 어디서나 음악 듣는 일이 즐겁도록 한 제품이다. 사진을 보면 갖고 싶어지기도 하지만, 반나절만 갖고 있어 보면 사진보다 좋은 제품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마 한 개로는 부족할 수도 있다는 게 경고라면 경고이다. 유사한 등급, 혹은 수입으로 인한 비용만큼 비싼 해외브랜드들과 비교해서도 매력적인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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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쁘지 않으면 후보에서 탈락시키는 디자인 오디오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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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공간, 회의실에서 블루투스로 무심히 음악을 틀어놓고자 하는 비즈니스맨


 

글쓴이

  • 폴리그램, EMI, 소니뮤직, 유니버설 뮤직에서 마케팅 매니저로 일했으며
    월간 스테레오뮤직 편집장을 지냈다.
    온/오프라인 매체에 20년째 음향기기 평론가로 활동중이지만
    본업은 IT 주변기기 수출을 하는 무역업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