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트리 회로와 최신 디지털기술의 만남
  • 일본의 바쿤은 전류 구동 방식을 사용하는 특유의 '사트리(Satri)' 회로로 유명한 메이커이다. 바쿤 인터내셔널에서 선보인 DAC인 DAC-21은 사트리 회로와 최신 디지털 기술의 접목을 목표로 개발된 DAC이다.

Bakoon DAC21

 

프롤로그

일본의 바쿤은 전류 구동 방식을 사용하는 특유의 '사트리(Satri)' 회로로 유명한 메이커이다. 현재 바쿤의 제품은 본사인 일본의 Bakoon Products와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는 Bakoon International이 각기 다른 제품 라인업을 전개하고 있다.

2009년에 바쿤 인터내셔널이 설립된 이후 현재는 한국에도 바쿤 인터내셔널의 제품들이 주로 소개되고 있다. 실제로 세계 시장에서 바쿤이 현재와 같은 명성을 얻게 된 데에는 바쿤 인터내셔널의 공이 크다. 그 바쿤 인터내셔널에서 선보인 DAC인 DAC-21은 사트리 회로와 최신 디지털 기술의 접목을 목표로 개발된 DAC이다.

  

바쿤의 핵심, 사트리 회로

바쿤의 제품에 대해 소개하기 이전에 사트리 회로에 대해 먼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사트리 회로는 1989년에 처음 소개되어 역사가 상당히 오래되었다. 1998년부터는 특허를 취득하고 디스크리트로 구성되는 사트리 회로의 크기를 소형화하여, 현재 SATRI-IC-EX 및 SATRI-IC-UL까지 선보인 상태이며 출력단은 5세대에 이르렀다.

사트리 회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기에는 내용이 너무 길어지므로 여기서는 간략하게 특징만 언급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일반적인 오디오 기기들은 전압을 신호로써 다루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에 비해 사트리 회로는 전류를 오디오 신호로 다룬다.  입력되는 신호 중 전압이 아닌 전류만을 그대로 유지하여 높은 임피던스로 출력한다. 굳이 이런 평범하지 않은 방법을 사용하는 이유는 장거리 전송 시 노이즈 유입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쿤 제품들 간의 전용 연결 방식인 '사트리 링크'이다. 사트리 회로는 그 주변 회로의 설계도 독특하다. 우선 사트리 회로 자체는 왜율 감소를 위해 출력 신호의 일부를 도로 돌려보내는 일반적인 부궤환 설계가 아닌 무궤환(Non-Feedback) 설계이다.



무궤환의 장점은 신호의 반응(Slew Rate)이 빨라져 고음 응답 대역폭이 높아진다. 볼륨 조절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일반적인 앰프들은 주로 입력단에 볼륨을 위치시켜 입력 신호의 크기를 줄여 볼륨을 조절한다. 그에 비해 사트리 회로는 볼륨을 조절하면 회로 자체의 증폭률을 바꾼다. 이는 결과적으로 낮은 출력 영역에서의 잡음을 줄일 수 있다.

이런 여러 독특한 설계들을 바탕으로 바쿤의 제품들의 아날로그 회로는 OP 앰프 등 반도체 칩을 사용하지 않는 풀 디스크리트 구성이다. 사트리 IC 자체도 반도체 칩이 아니라 소형 부품들을 사용한 디스크리트 설계이기도 하다. 사트리 IC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주변 회로까지도 디스크리트로 구성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바쿤 제품들은 사트리 IC뿐 아니라 회로 전체의 설계도 상당한 수준의 노하우와 기술력이 투입되어 있다.

  

바쿤 DAC-21 개요

앞서 소개한 대로 바쿤 인터내셔널 DAC-21은 사트리 회로와 최신 디지털 기술의 접목을 목표로 개발된 DAC이다. 아날로그 설계는 기존 DAC 9730에 사용된 풀 디스크리트 회로에 버퍼부를 최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했다. 여기에 디지털 입력은 PCM 32bit/384kHz 및 DSD 256에 이르는 고해상도 음원 입력을 지원한다. 디지털 신호 처리를 위해 업계 최고 수준의 저노이즈 클럭을 사용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공존하는 DAC에서 가장 까다로운 설계는 역시 전원부이다. 여기에 대해 DAC-21은 타협 없는 철저한 회로 간 분리를 추구한다. 전원 공급부터가 디지털과 아날로그 계통을 분리해서 총 3개의 배터리팩을 사용한다. 그렇게 공급받은 전원은 다시 디지털, USB, 아날로그, 제어부 등 모든 회로부에 대해 독립적으로 구성된 전원부를 거치면서 재분배된다. 전원부 설계를 살펴보면 DAC으로서 구성 가능한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 할 만 하다.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공존하는 DAC에서 가장 까다로운 설계는 역시 전원부이다. 여기에 대해 DAC-21은 타협 없는 철저한 회로 간 분리를 추구한다.

입력은 USB와 동축으로 디지털 2계통, 출력은 RCA 전압 출력과 사트리 링크 전류 출력을 지원한다. 사트리 링크와 동축 입력은 BNC 단자를 사용한다. 동축 입력이 일반적인 RCA 단자가 아닌 점은 불편하지만, 그만큼 입력단의 노이즈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고집이 느껴진다. 사트리 링크는 해당 입력을 지원하는 바쿤의 다른 앰프들과 연결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충전은 전용 DC 어댑터를 사용하며, 앰프의 전원이 꺼져 있을 때만 배터리를 충전한다. 

한편, 바쿤 인터내셔널 측에서 DAC-21에 대해 특히 강조하는 부분은 전자파/배터리 인증이다.



DAC-21은 국내 전자파 인증인 KC를 비롯해서 CE(유럽). FCC(미국) 인증을 받았다. 여기에 작년부터 신설된 국내 배터리 인증까지 모두 마쳤다. 하이파이 오디오 제품 중에는 이런 인증이 확실하지 않은 제품들이 의외로 많다. 그런 의미에서 DAC-21은 확실한 인증을 통해 신뢰감을 준다.

  

아날로그적인 감각의 부드러운 사운드



DAC-21의 사운드는 역시나 아날로그적인 특징이 부각된다. 고음을 부드럽게 처리하고 하모닉스 성분이 많은, 전형적인 아날로그 스타일 사운드이다. 앞서 사트리 회로의 장점 중 하나가 높은 고음 대역폭이라고 설명하였는데, DAC-21의 튜닝은 오히려 고음을 적극적으로 억제시켰다. 그래서 현대음악을 들어도 마치 클래식과 같이 부드럽게 다듬어진다.

그리고 사트리 회로의 무궤환 설계의 특성상 왜율이 높은 편이다. 이는 청감상으로도 분명한 영향을 준다. 고음이 부드럽게 처리된 특성과 맞물려 각 악기와 보컬이 따로따로 떨어지는 정위감보다는 전체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분위기가 된다.

그러면서 보컬과 메인 멜로디 악기가 앞으로 또렷하게 나오면서 특징적인 음색이 더욱 부각된다. 이 역시 결과적으로는 음악을 전체적으로 듣기 편하게 다듬어 주는 느낌이다.

그래서 DAC-21에 사용된 사트리 회로가 생소하다면 진공관을 떠올리면 편하다. 트랜지스터 회로를 사용함에도 거의 진공관과 흡사한 사운드가 느껴진다. 진공관을 사용해도 DAC이나 프리에서는 특유의 느낌이 잘 살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DAC-21은 진공관보다도 오히려 더 진공관스러운 사운드이다. 물론 진짜 진공관과 비교하면 또 다른 느낌으로, 음색의 강조보다는 일체감 있는 음장감의 형성 쪽으로 좀 더 강점을 보인다.

DAC-21의 진가는 풍부한 저음을 가진 음원에서 드러난다. 저음이 부드러우면서도 사운드의 기본을 탄탄히 받쳐주는 기분 좋은 느낌이다. DC 커플링을 거치지 않은 깊은 저음 대역폭을 가지고 있기에, 음원에서 저음이 내려가면 내려가는 만큼 잘 살려준다. 이렇게 풍부한 저음의 힘의 근원은 역시 DAC-21이 가진 그 호화스러운 전원부 덕분이다.

DAC-21을 듣기에 가장 좋은 장르는 대편성의 현대음악이 아닐까 한다. 대편성 클래식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힘도 역시 좋지만, 고음 특성상 가끔 과하게 부드러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에 비해 자극적인 사운드가 많은 현대음악에서는 그 자극적인 느낌을 완화시켜 주어서 음악을 듣기 편하게 만들어준다. 한편으로는 소편성 어쿠스틱 음악에서는 특유의 음장감과 하모닉스 특성이 잘 살아나서 매력적인 사운드가 된다.

  

에필로그

최근의 DAC들은 고성능 DAC 칩들을 내세워 스펙 경쟁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 DAC들의 고성능화에 따라 청감상 차이를 주기 어려워지자 눈으로 보이는 숫자로 경쟁하는 시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바쿤과 같이 고유한 설계와 사운드를 가진 제품들이 예전보다 더욱 눈에 띄기도 한다.


DAC-21 역시 바쿤의 개성적인 설계와 사운드를 잘 보여주는 모델이다. 여기에 디지털 고해상도 입력을 제공하여 최근의 트렌드에도 잘 맞는 실용성까지 갖추었다. 높은 스펙을 가진 평범한 소리가 아닌 개성적인 사운드를 즐기고자 한다면 바쿤의 제품들은 꼭 접해볼 필요가 있다.

  


Highly Recommended for

  기존의 평범한 고성능 DAC들의 평범한 사운드에 질린 분

  진공관의 번거로움은 피하면서도 진공관스러운 사운드를 즐기고픈 분

  사트리 링크를 지원하는 기존 바쿤 앰프 보유자

 

글쓴이

  • 지성, 이성, 그리고 감성의 삼위일체를 꿈꾸는 테크니컬 라이터
    디자인과 공학을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에 능통하여 다학제적 시각의 리뷰가 특기이다.
    개인 블로그 asnote.net 운영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