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워서 읽는 디지털 오디오 포맷 (2) - 고해상도 PCM (DXD, MQS)
  • 샘플링 비트와 샘플링 주파수가 높아지면 그만큼 동일한 소리 신호를 더욱 잘게 쪼개서 저장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16bit / 48kHz보다 높은 샘플링 스펙을 가진 음원을 고해상도(Hi-Res) 오디오 음원이라고 합니다.

고해상도 PCM 음원이란?

앞서 연재 1부에서 설명했던 오디오 CD는 지금으로부터 거의 40여 년 전인 1980년에 처음 등장한 규격입니다. 당시에는 한 장의 CD에 담을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넉넉하지 않았으므로, 1부에서 설명했던 대로 샘플링 비트와 샘플링 레이트를 제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듣기에는 그 정도의 샘플링 스펙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음질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디오 CD에서 정한 16bit / 44.1kHz PCM 음원 규격은 MP3 등 우리가 익숙한 오디오 파일들에서 여전히 가장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디오 소스가 오디오 CD의 음질 수준에 몇십 년째 머물러 있는 동안 하드웨어는 눈부시게 발전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CD보다 높은 샘플링 스펙의 PCM 음원을 재생할 수 있는 오디오 시스템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샘플링 비트와 샘플링 주파수가 높아지면 그만큼 동일한 소리 신호를 더욱 잘게 쪼개서 저장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16bit / 48kHz보다 높은 샘플링 스펙을 가진 음원을 고해상도(Hi-Res) 오디오 음원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이는 2014년에 JEITA(일본 전자정보 기술 산업 협회)에서 정의한 기준입니다.




샘플링 비트는 신호의 높이를 포착한 정밀도, 샘플링 주파수는 1초 동안 몇 번 신호를 포착했는지를 의미합니다. 1부를 꼼꼼히 읽으신 분이라면 아마 이 설명을 기억하실 겁니다. 따라서 고해상도 음원은 오디오 CD보다 신호의 높이를 포착하는 정밀도와 신호를 포착하는 빈도를 더욱 높인 음원입니다.

고해상도 PCM 음원이라고 하면 보통 24bit / 192kHz 정도의 높은 샘플링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는 즉, 오디오 신호를 무려 초당 192,000번에 걸쳐 16,777,216단계로 높이를 쪼개서 기록했다는 뜻입니다. 같은 시간 동안 사운드를 기록했을 때의 비트 레이트는 오디오 CD에 비해 6.5배나 큽니다. 그래서 고해상도 음원은 한 곡당 파일 용량이 몇 백 MB, 심지어는 GB 단위로 커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오디오 CD와 DVD 오디오 이후로 고해상도 오디오 포맷을 다룰 수 있는 넉넉한 용량의 새로운 물리적인 미디어들도 물론 등장했습니다. SACD(Super Audio CD), 블루레이 오디오 등이 그것입니다. 다만 이런 물리적 미디어 기반의 고해상도 음원은 높은 비용과 불편함의 벽에 가로막혀 보급이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현재 고해상도 음원은 파일 형태로 제공되는 음원 서비스들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고해상도 음원의 장점



저 빨간색 면적 만큼이 다 왜곡인 셈. 고해상도로 갈수록 왜곡이 줄어듦을 알 수 있다

 

물론 그렇게 큰 용량을 감수하고서라도 고해상도 음원을 사용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다름 아닌 음질 때문입니다. 디지털 PCM 방식으로 녹음한 음원의 신호는 계단 현상이 생긴다고 1부에서 설명하였습니다. 그런데 신호를 더욱 잘게 쪼개서 기록할 수 있다면 당연히 그 계단 현상이 최소화됩니다. 그만큼 출력 과정에서의 필터 처리도 간단해지므로 필터에 의한 추가적인 왜곡도 줄일 수 있습니다.

필터 처리의 부담이 줄어들 뿐 아니라, 신호의 계단 현상이 적어짐으로 인해 신호 그 자체의 왜곡도 줄어듭니다. 아날로그 신호를 녹음한 디지털 신호에서 원래 신호와 차이가 발생하는 부분은 모두 왜곡으로 간주됩니다. 여기서 샘플링 조건이 높아지면 그만큼 그 왜곡을 줄이는 효과가 생깁니다. 디지털 상태에서의 신호가 원래의 부드러운 아날로그 신호와 점점 가까워지는 셈입니다.

한편, 샘플링 주파수가 높아지면 그만큼 더 높은 고음까지도 기록할 수 있습니다. 1부에서 설명했던 나이퀴스트 이론을 떠올려 봅시다. 192kHz 샘플링 레이트라면 그 절반인 96kHz까지의 초고음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가청 주파수 한계인 20kHz를 아득하게 뛰어넘는 초고음까지 기록할 수 있는 셈입니다. 사람의 가청 주파수보다 높은 범위를 재생하는 것이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만, 그런 논란과는 별개로 그만큼 실제 아날로그 세계와 가까워지는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고해상도 음원의 단점

고해상도 음원의 최대 단점은 역시 앞에서도 언급한 용량 문제입니다. 5분짜리 음악을 고해상도 음악으로 저장하면 압축을 해도 용량이 몇백 MB까지 올라가 버립니다. 만약 이런 음원을 CD에 저장하면 겨우 2~3곡 정도밖에 담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고해상도 음원은 CD와 같은 물리적 미디어의 제약에서 벗어난 이후에야 겨우 서서히 빛을 볼 수 있었습니다.

고해상도 음원을 재생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서 지원을 해 주어야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모두 고해상도 음원을 지원해야 정상적인 재생이 가능하며, 그렇지 못하면 아예 재생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쓸모없이 저장 공간만 차지하는 몇백 MB 짜리 애물단지가 되는 셈입니다. 과거에는 고가의 하이파이 오디오 기기들에서나 고해상도 음원을 지원했습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스마트폰에서도 고해상도 음원을 지원하기 시작하는 등, 불과 몇 년 새에 접근성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고해상도 음원의 직접적인 단점은 아니지만, 아직은 고해상도 음원을 구하기 어렵고 가격 또한 고가인 점도 단점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고해상도 음원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유통이 매우 빈약합니다. 다행히 국내의 Groovers와 해외의 TIDAL 등 고해상도 음원 전문 서비스의 등장을 계기로 접근성이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에는 지니와 벅스 등 기존의 대중적인 음원 서비스들까지도 고해상도 음원 서비스에 가세하는 양상입니다.

그러나 현재 유통되는 고해상도 음원의 장르가 클래식에 편중되어 있고 가요 등 대중적인 장르는 드문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는 앞으로 대중성 확보와 음원 가격 하락을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스튜디오에서 시작된 고해상도 음원 :

DXD, MQS

머리 아픈 얘기는 이쯤에서 정리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잠깐 해봅시다. 고해상도 음원에 대한 요구는 음악을 만드는 스튜디오 쪽에서 먼저 제기되었습니다. 음악을 제작하는 과정에서는 수많은 음향 효과 처리를 거칩니다. 이때 음악 편집을 고해상도 샘플링으로 작업하면 음질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2004년에 DXD(Digital eXtreme Definition)라는 포맷이 등장했습니다.

DXD는 오디오 CD와 동일한 PCM 방식으로 기록되며 샘플링 스펙을 24bit / 352.8kHz까지 높인 고해상도 음원입니다. 최근에는 음악 제작 과정에서 그보다 더 높은, 무려 64bit / 768kHz에 이르는 초고해상도 샘플링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DXD는 이렇게 스튜디오에서 마스터링 과정에서 사용하는 고해상도 PCM 음원에 붙인 이름이며, 별도의 독자적인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음악의 제작 과정에서 고해상도 포맷이 도입되면서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되는 음원도 서서히 고해상도 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하이파이 오디오 애호가들을 겨냥하여 24bit / 192kHz 수준의 고해상도 PCM 음원을 출시하는 레이블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때 스튜디오 마스터링 음원을 다운 샘플링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DXD, 혹은 좀 더 대중적인 표현으로 MQS(Mastering Quality Sound)와 같은 이름을 붙이기도 합니다. 디지털 오디오 포맷을 지칭하는 용어 중에는 이렇게 단순히 브랜드적인 의미만을 가지는 경우가 혼재되어 있으므로 잘 구별해야 합니다.

 

글쓴이

  • 지성, 이성, 그리고 감성의 삼위일체를 꿈꾸는 테크니컬 라이터
    디자인과 공학을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에 능통하여 다학제적 시각의 리뷰가 특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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