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워서 읽는 디지털 오디오 포맷 (5) - DSD (SACD)
  • PCM 이외의 기록 방법을 사용하는 오디오 포맷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으로 DSD(Direct Stream Digital)가 있습니다. DSD는 PDM(펄스 밀도 변조)라는 신호 방식을 사용하는 독특한 포맷입니다.

PDM방식을 사용한 DSD포맷, 그리고 물리 매체

SACD

오디오 CD, MP3, FLAC 등 본 연재에서 앞서서 설명했던 디지털 오디오 포맷들은 모두 1부에서 설명했던 PCM 방식에 기반을 둡니다. 그만큼 역사도 오래되었고 또한 음질 수준도 대부분의 사람이 만족할 정도로 만족스럽습니다.

 

물론 아날로그 사운드를 디지털화하는 방법에는 PCM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PCM 이외의 기록 방법을 사용하는 오디오 포맷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으로 DSD(Direct Stream Digital)가 있습니다. DSD는 PDM(펄스 밀도 변조)라는 신호 방식을 사용하는 독특한 포맷입니다. 그 기원은 1999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소니와 필립스가 SACD(Super Audio CD)라는 새로운 고음질 오디오용 광학 매체를 선보이면서 여기에 사용한 포맷이 바로 DSD입니다. 현재는 SACD라는 물리 매체의 제약에서 벗어나 음원 서비스들에서 파일의 형태로도 널리 유통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우리가 현재 널리 듣는 PCM 방식 디지털 오디오 포맷인 WAV, MP3, FLAC 등도 바로 소니와 필립스가 함께 1980년에 선보인 오디오 CD(CD-DA)규격에 기반을 둡니다. 현재의 디지털 오디오 세상에서 소니와 필립스가 얼마나 큰 족적을 남겼는지는 이 두 사례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본 연재를 잘 따라오신 분이라면 디지털 오디오 포맷에 대해 얘기할 때는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화하는 방식과, 이를 파일화한 포맷의 명칭이 다르다는 사실을 잘 아실 겁니다. 오디오 CD를 예로 들면 CD-DA는 물리적 매체의 규격, WAV는 CD-DA에 저장된 데이터 포맷의 이름, PCM은 WAV가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화해 저장한 방식입니다. 이를 SACD에 대입하면, SACD는 물리 매체 규격, DSD는 SACD 안에 담긴 데이터 포맷, PDM은 DSD가 사용하는 디지털 신호 방식입니다.

 

 

0과 1만으로 데이터의 세기를 빠르게 평균화한

DSD



DSD는 소리의 높이를 0과 1로만 기록하는 대신 샘플링 레이트를 매우 빠르게 올렸다

 

본 연재의 1부에서 PCM 방식은 소리의 높이를 비트 수로, 시간에 따른 변화를 샘플링 레이트로 나누어서 저장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그런데 DSD의 데이터 저장 방식인 PDM은 소리의 높낮이 기록에 단 1비트만을 사용합니다. 즉, 디지털화한 상태에서 신호에는 오로지 최대값(1)과 최소값(0)밖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신호가 극단적으로 단순화되면 당연히 원래의 아날로그 신호의 형태와 크게 차이가 납니다. 아날로그 신호는 시간에 따라 무한한 단계로 부드럽게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PDM 방식은 대체 어떻게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화할까요? 그 정답은 이미 PDM이라는 명칭 속에 숨어 있습니다. PDM은 Pulse-Density Modulation의 약자입니다. 즉, 펄스의 밀도를 데이터 기록 수단으로 삼습니다. 만약 아날로그 파형이 최고점에 가까워지면 1의 값에 해당하는 펄스의 개수를 전체적으로 늘립니다. 반면에 파형이 최저점에 가까워지면 펄스의 개수를 그만큼 줄입니다. 신호가 중간값에 가까우면 펄스가 0과 1을 반복하며 평균적으로 0.5를 유지합니다. 이렇게 펄스의 밀도를 조절함으로써 원본 아날로그 파형과 평균적인 세기를 맞춥니다. 글로는 설명이 힘들지만 위에 첨부된 이미지를 보시면 어떤 느낌인지 바로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따라서 PDM 방식의 정밀도는 샘플링 레이트에 달려 있습니다. 단위시간당 펄스의 개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만큼 평균화되는 값을 정밀하게 맞춰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DSD는 샘플링 레이트를 극단적으로 빠르게 올렸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DSD64 규격의 샘플링 레이트는 자그마치 2,822,400Hz입니다. DSD64라는 이름에서 64라는 숫자는 오디오 CD의 샘플링 레이트인 44,100Hz의 64배임을 의미합니다. 물론 DSD64(2.8MHz)보다 더 높은 DSD128(5.6MHz), DSD256(11.2MHz) 등의 규격도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PDM 방식으로 기록된 데이터는 PCM 방식에 비해서 원본 아날로그 신호 대비 형태가 기본적으로 많이 다릅니다. 그래서 PDM 데이터를 그대로 재생하면 상당히 왜곡된 상태가 되어버립니다. 그러므로 PDM 신호도 PCM 방식과 마찬가지로 아날로그 변환 과정에서 복원 필터를 거칩니다. 원래 최대와 최소값밖에 없는 PDM 신호가 복원 필터를 거치면서 소리의 높낮이 단계가 부드럽고 연속적으로 바뀌는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됩니다.

 

1비트 비트스트림 DAC을 위해 등장한 DAC



고전적인 레더 DAC에 비해 델타 시그마 변조기는 아날로그 회로 정밀도의 영향이 적다

 

기존의 16비트 PCM 방식으로 기록된 오디오 CD에 대항하여 1비트 PDM 방식으로 기록된 SACD가 등장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당시 대두되던 1비트 비스트스림 방식 DAC의 등장 때문입니다. SACD가 등장하던 무렵 필립스는 1비트 비트스트림 DAC과 CD 플레이어를 한창 밀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비트스트림'은 현재 널리 쓰이고 있는 델타-시그마 방식 DAC을 처음 상업화하면서 필립스가 이름 붙인 상표명입니다.

 

기존의 DAC들은 래더 방식이라고 하여, PCM 데이터의 비트 수만큼 병렬화된 출력 라인을 가져야 했습니다. 레더 DAC의 최대 단점은 아날로그 회로의 오차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정밀도를 일정하게 맞추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레더 DAC은 반도체화하기 어려워서 현재는 오디오용으로는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에 비해 델타시그마 DAC은 그 원리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변환되는 신호를 원본 신호와 비교하면서 '예측'합니다. 그 원리가 수학적인 계산에 가까우므로 회로의 동작에 아날로그 회로의 정밀도에 민감하지 않으며, 그만큼 반도체화했을 때의 성능도 우수합니다.

 

그런데 1비트 델타시그마 DAC을 제품화하니 큰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오디오 CD를 비롯한 기존의 디지털 음원들은 PCM 방식으로 기록되어 있어, 델타시그마 DAC은 그 디지털 PCM 데이터를 받아서 내부적으로 PDM 방식으로 재변환을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그 변환 과정 추가에 따른 음질적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아예 디지털 데이터 자체를 1비트 PDM 방식으로 기록한 것이 바로 DSD 포맷입니다.

 

오디오 CD보다 높은 음질을 제공하는 DSD,

그리고 문제점

물론 DSD의 명분은 1비트 비트스트림 DAC 최적화에만 있지는 않습니다. DSD64를 PCM 기준으로 환산하면 대략 20bit / 96kHz 고해상도 PCM 음원 수준의 음질을 제공합니다. 일반적인 오디오 CD의 16bit / 44.1kHz보다 크게 높은 해상도를 가진 셈입니다. 여기에 SACD는 오디오 CD가 지원하지 못하는 5.1채널을 지원하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래서 SACD가 처음 나온 1999년 당시 기준으로는 그 이름 그대로 슈퍼 오디오 CD라고 불리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PCM 방식 음원도 오디오 CD라는 물리적 매체를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급격히 고해상도화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PCM 방식도 24bit / 192kHz 및 그 이상의 초고해상도 샘플링 음원도 있습니다. DSD 규격도 DSD128, DSD256 등으로 샘플링 레이트를 올리면서 대응하고는 있지만, 현재는 PCM 방식 고해상도 음원들에 비해 음질적 장점을 내세우기가 미묘해졌습니다.

 

한편, SACD와 DSD를 재생하려면 전용 하드웨어가 필요한 점은 PCM 음원과 비교했을 때 명백히 불리합니다. 과거에 SACD를 재생하기 위해서는 수백,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CD 플레이어를 요구했습니다. 또한 DSD 파일도 PCM 변환 없이 그대로 재생하려면 전용 DAC을 사용해야 합니다. 이런 하드웨어 제약과 SACD에 높은 라이선스 비용을 요구한 실책이 맞물려, DSD 포맷 자체의 보급률은 현재도 상당히 저조한 상황입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DSD 음원을 음원 사이트에서 구입하기 쉽고 스마트폰에서도 DSD 재생을 지원하는 등, 상황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습니다.

 

DSD 포맷의 종류

참고로 DSD 포맷의 파일 저장 방식은 세부적으로 두 가지로 나누어집니다. 이는 DSD의 개발 주체인 소니와 필립스에서 각각 DSD 라이선스를 제공하면서 서로가 차별점을 가지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동일한 DSD 포맷임에도 파일 확장자가 필립스는 DFF, 소니는 DSF로 차이가 있습니다.

 

DFF와 DSF의 차이는 파일 압축 및 메타 데이터 지원 여부입니다. 필립스의 DFF는 무손실 압축알고리즘인 DST(Direct Stream Transfer)를 지원합니다. 소니의 DSF는 DST 압축을 지원하지 않는 대신 앨범명, 아티스트명 등의 메타 데이터를 파일에 같이 담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DSD가 어차피 용량 때문에 쓰는 음원도 아닌데 메타 데이터가 없으면 당장 크게 불편하다 보니, 현재는 DSF 파일이 보편적으로 유통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DSF 재생은 요즘 웬만한 기기들이 다 지원하지만 DFF는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미리 확인이 필요합니다.

글쓴이

  • 지성, 이성, 그리고 감성의 삼위일체를 꿈꾸는 테크니컬 라이터
    디자인과 공학을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에 능통하여 다학제적 시각의 리뷰가 특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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