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디오파일들이 기뻐할 새로운 바쿤
  • AMP-51R은 최신의 4세대 SATRI 회로를 기반으로 한다. 특징으로는 새로운 버퍼 회로와 안정적인 바이어스 회로를 탑재하여 구동력과 신뢰성, 소리의 순도를 높였다고 한다. 출력 소자로는 영국 EXICON의 MOSFET을 적용했다.

Bakoon AMP-51R 

바쿤 AMP-51R은 채널 당 100와트 출력을 지닌 바쿤 인터내셔널의 최신 플래그십 앰프다. 프리 앰프와 파워앰프가 합쳐진 제품으로서는 가격 면에서도 깜짝 놀랄 만큼 높다. 제품 소개에 앞서 바쿤의 브랜드 이름과 바쿤 인터내셔널의 관계에 대해 간단한 설명이 필요하다.

원래 바쿤BAKOON은 일본 바쿤 프로덕츠의 오디오 브랜드이다. 사장인 나가이 아키라씨는 25년 전 CD의 소리에 불만을 느끼고 DA 컨버터를 제작하게 된다. 디지털 오디오에서 발생하는 지터처럼 아날로그 회로에서도 왜곡을 억제하기 위한 피드백 회로로 인해 타이밍 문제가 발생하는 것에 주목한다. 그래서 기존의 전압 구동 방식 대신에 혁신적인 전류 구동 회로를 착안하게 된다. 이 회로에는 '깨달음'이라는 일본어 '사토리'에서 SATRI라는 이름이 붙여진다.

이렇게 개발한 SATRI 회로 앰프는 출력이 낮지만 대신에 음질이 아주 뛰어난 덕분에 일본은 물론이고 국내에도 많은 팬들이 생겨난다. 바쿤 인터내셔널의 대표인 채수인 씨도 그런 바쿤 오디오의 팬들 중 하나였는 데,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2009년도에 국내에 바쿤 인터내셔널을 설립한다. 즉, 취미성이 강한 바쿤 프로덕츠의 제품을 기반으로 보다 젊고 보편적인 하이엔드를 지향하는 오디오를 제작하는 회사가 바쿤 인터내셔널이다. 

처음 출시된 바쿤 인터내셔널의 제품은 AMP-31이다. 이 제품은 서울에서 열린 아이어쇼에 처음 출품되었고 이탈리아, 폴란드 등 여러 나라의 오디오 매거진에서 찬사를 받는다. 2013년도에 독일의 뮌헨 하이엔드 오디오쇼에 전시하였고, 2015년도에는 미국의 록키 마운틴 오디오쇼에 출품했다. 바쿤 인터내셔널을 이끄는 인물 중에서는 개발 담당 엔지니어 호 켕코 씨를 빼놓을 수 없다. 소니와 도시바에서 근무했던 인물로 지금은 일본 가고시마에 바쿤 인터내셔널 연구소를 설립하고 제품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품 케이스의 설계 및 개발은 채수인 대표가 직접 담당하고 있다.

바쿤 오디오에 대한 소개는 네이버 블로그(http://bakoon.co.kr)에 흥미로운 내용이 많으므로 꼭 참고하시기 바란다.



바쿤 AMP-51R 제품 소개

제작사의 소개에 따르면 AMP-51R은 최신의 4세대 SATRI 회로를 기반으로 한다. 특징으로는 새로운 버퍼 회로와 안정적인 바이어스 회로를 탑재하여 구동력과 신뢰성, 소리의 순도를 높였다고 한다. 출력 소자로는 영국 EXICON의 MOSFET을 적용했다.

전원부에도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는데, 입력과 출력단, 그리고 컨트롤 회로의 전원을 분리해서 회로 사이의 간섭을 억제했다. 특히 출력단의 전원 공급에는 캐나다 플리트론(Plitron)의 특주 트랜스포머로 노이즈와 험을 최소화했다. 압도적으로 무거워진 이유는 바로 이 전원부 때문이다.

최신의 보호 회로를 적용하였고 온도나 전압 변동 등 작동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어떠한 상황에도 안정된 동작이 가능하다. 볼륨 조절에는 50스텝의 어테뉴에이터를 사용하는데 여기에 0.1% 수준의 정밀한 저항이 사용되었다. 

알루미늄과 구리로 가공된 케이스는 실물로 보면 사진에서 예상한 것 이상으로 견고하고 완벽한 마감에 탄성을 지르게 된다. 제작사에서는 0.01mm 정밀도의 CNC 가공으로 완성되었고 설명한다. 소재나 구조가 진동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정교하게 설계된 위치에 견고하게 제작된 받침이 붙어 있다.

제품의 내용 못지 않게 외관 디자인과 만듦새도 뛰어나고 정교하다. 이 앰프는 가급적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도록 만들어졌지만 결과적으로 그 때문에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게 된다. 전면에는 아무런 조작 스위치가 보이지 않아서 호기심을 느끼고 살펴보게 될 것 같다. 앰프에 새겨진 오렌지 색깔의 로고나 디스플레이라든지 방열판도 세련된 느낌을 주도록 만들어졌다.

라인 입력은 겨우 4개로 제한되어 있고, 그나마 두 개는 바쿤의 DA 컨버터 DAC-21과 연결이 가능한 BNC 전용 단자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바쿤은 DA 컨버터의 개발에서 시작된 회사다. 따라서 바쿤의 DA 컨버터와  이 앰프를 함께 사용한다면 바쿤 사운드의 진면목을 살펴 볼 수 있을 것이다.

AMP-51R에는 별도의 전원 온/오프 스위치가 없어서 당황할 수 있는데, 볼륨을 돌리는 것 만으로 제품을 가볍게 켜거나 끌 수 있게 되어 있다. 즉 볼륨이 0인 상태에서 전원을 켜거나 끄게 되는 것이다. 조금 낯설게 여겨질 수 있지만 이런 방식은 제품의 보호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후면에 마련된 밸런스 입력 단자는 한 쌍이 아니라 하나 뿐인데 모노 블럭으로 작동시키는 것을 전제로 해서 마련된 것이다.

기능이나 디자인은 철저하게 음악과 사운드에 불필요한 부분은 모두 걷어내고 오직 소리만을 들려주겠다는 컨셉트를 철저하게 추구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사용 시스템 및 설치

앰프 시청을 위해 크기가 다른 두 종류의 스피커로 하베스 모니터 30.1 스피커와 비비드 오디오의 G2 스피커를 연결했다. 스피커 케이블로는 각각 오디오퀘스트 Rocket88과 트랜스페어런트의 뮤직웨이브 슈퍼 스피커 케이블을 사용하고, 소스 기기로는 린 매직 DSM/1과 메리디언의 818V2 DA 컨버터/ MD600 시스템을 킴버 셀렉트 KS1116 싱글 엔디드 케이블로 연결했다. 전반적으로 하베스 스피커와는  음색이나 밸런스 측면에서 더 좋은 매칭이었다고 생각하지만, 비비드 오디오 스피커 특유의 공간감도 잘 살려냈다. 션야타 리서치의 Etron 시리즈 알파 HC 코드와 소스 기기에는 와이어월드의 Electra7 파워코드도 사용했다. 형식상으로는 AB클래스 회로로 설계되었지만 특이하게도 본 제품은 클래스 A처럼 작동해서 항상 켜져 있기 때문에 상당한 열이 발생했는데, 약간의 워밍 업 시간이 필요한 것 이외에는 굉장히 일관된 음질을 들려주었으며, 작동 안정성에서 의심할 부분은 전혀 없었다.  

 

시청평

Helen Grimaud (DG)

피아노 음색이 굉장히 좋다. 물방울이 튕겨져 나가는 것처럼 영롱하고 투명한 소리를 내준다. 티알 앰프에서 나타나는 거칠음이나 딱딱한 느낌 음색이나 음 높이에 따른 댐핑의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 배경이 고요하고 이미지와 공간의 구분이 자연스러움 억지로 부각하거나 늘어 붙지도 않는다. 대형 공연장에 참석한 청중처럼 그냥 음악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된다.

 

2Cellos (Sony)

첼로의 선율이 밝고 활달하며 생생하게 울려퍼진다. 마치 봄날의 햇빛처럼 따사롭고 온화한 울림으로 과하게 하이파이적인 느낌이 들지 않아서 자연스럽다. 이런 부분들은 진공관 앰프의 전유물이었는데, 바쿤 앰프의 세부적인 표현 방식은 그와는 다르다. 진공관 앰프에서는 흘려 넘어가는 듯한 디테일이나 다이내믹스의 변화들이 좀 더 확신있고 정밀하게 그려진다. 소리가 가볍게 날리지 않고 보다 견고하게 재생된다. 이전에 바쿤 앰프의 소리에 귀 기울였던 분들이라면 이 소리를 듣고도 금방 알아차릴 것 같다. 어쨌든 어떤 음악이든지 바쿤의 방식대로 들려주는 개성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Shostakovich Symphony No. 15 / Valery Gergiev (ADA)

정교하게 펼쳐내는 무대와 공간 규모가 멋지다. 모든 부분이 잘 다듬어져 있고 깨끗하며 세련된 인상이다. 바이올린의 고음이 번쩍이지도 않고 자연스럽고 느긋하며 품위가 흐른다. 물론 볼륨을 올리면 저음의 내용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음량 자체가 부족하다고 생각할 틈은 주지 않았다. 이런 스케일 큰  음악을 대형 스피커로 감상하다보면 고음과 저음의 극단에서 약간 소극적인 느낌을 받게 된다. 음량에서 부족하지는 않았지만, 조금 활기가 떨어져보였다.

그리고 취향에 따라서는 소리를 좀 더 앞으로 내밀면서 스피커를 거세게 장악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생길 수도 있다. 만일 욕심을 낸다면 한 대를 더 추가해서 250와트 모노 블럭으로 사용하고 싶은 유혹을 받을 것이다. 

그렇지만 본질적으로 AMP-51R은 저음의 양이나 다이내믹스의 어택을 강조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큰 음량을 내줄 수는 있지만 공격적인 소리를 내는 일은 없다. AMP-51R이 대형 스피커과의 매칭에서도 욕심을 내볼 만한 이유라면 공간 정보를 재생하는 능력이 특별하기 때문이다. 확장된 공간감과 생생함은 신호에 담겨진 시간 정보를 소중히 다루는 SATRI 회로의 특징일 것 같다. 이 부분은 다른 앰프에 비해서 확실한 우위에 있다고 느꼈다.

 

Rachmaninoff Piano Concerto No. 2 in C / Khatia Buniatishvili (Sony Classic)에서는 피아노의 음색이 오케스트라의 음색에 잘 융합되었다. 자연스럽고 편안하며 깨끗하고 맑은 중역이 인상적이며, 과장감 없이 풍요로운 저음을 들려주었다. 풍성한 화음과 잔향 덕분에 실제 공연 현장에 참석한 것 같은 몰입감을 만끽할 수 있다. 꾸준하게 일관성 있는 음색과 밸런스를 유지하여, 감상자가 편안하다고 생각되도록 들려주는 능력도 좋았다.

 

Daft Punk (Columbia)에서 'Get Lucky'를 들어보면 음장의 스케일에서 다른 앰프들보다 우세한 능력을 보였다. 소리를 과장해서 크게 내는 것은 아니다. 미세한 잔향과 리얼한 음색 덕분에 더 경쾌하고 음악이 살아 숨쉬는 것처럼 들린다. 이 스튜디오 녹음이 어떤 때에는 마치 라이브 공연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결론

AMP-51R은 세부적인 디테일을 따지기보다는 음악을 감상하게 해주었고, 소리에서 어떤 흠을 잡기는 굉장히 어려운 제품이었다. 보통 일본제 오디오들이 개성이 억제된 정갈하고 담백한 소리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바쿤의 사운드는 생생하고 진한 음색을 들려준다는 점에서 다르다.

그 외에도 오디오파일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을 상당히 많이 갖추고 있다. 3극관 진공관 앰프처럼 맑고 투명한 음장, 자연스러운 텍스처, 그리고 어둡고 고요한 배경에 몸과 마음이 빠져든다. 듣다 보면 음악에 저절로 빠져 시간이 가는 줄 모를 것 같고 실제로 행복하고 달콤한 시간들을 선사해주었다. 이 점은 지금 유행하는 클래스 D 앰프들이 넘볼 수 없는 부분들이다.

바쿤 프로덕츠의 기존 앰프들과 다르게 상당히 뛰어난 구동력을 갖고 있어서 대부분의 북셀프 스피커와 그리고 대형 플로어 타입 스피커에도 충분한 음량과 넉넉한 밸런스를 제공해줄 수 있다. 미국계의 대출력 트랜지스터 앰프처럼 번쩍이는 어택과 위압감을 과시하는 스타일과는 다르다보니 쉽게 소리를 내줄 수 있는 스피커가 필요해 보인다. 무엇이든 트레이드 오프는 있는 법인데 선택에 큰 고민이 필요하지는 않다.




프리, 파워앰프가 합쳐진 하나의 앰프로 음악 감상이 대단히 간편하다. 이로 인해 바쿤의 앰프들을 인티앰프로 보느냐, 게인입력이 있는 파워앰프로 보느냐의 관점 차이가 있지만 굳이 정의내리자면 증폭값을 손실없이 변환할 수 있는 파워앰프라고 보는 게 제조사에서 권장하는 정확한 표현이다. 매칭과 케이블에 고민하는 오디오 매니아가 아니라 오직 음악만 듣고 싶은 사람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제품이다. 무엇보다도 바쿤의 AMP-51R은 음악적인 만족감에서 비교할 앰프가 드물다. 심지어 소리가 들리지 않는 찰나의 순간에도 공간의 미세한 공간의 잔향과 음향의 분위기를 전달하고 있었다.

가격과 관계 없이 이야기한다면 현재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사운드를 들려주는 앰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글쓴이

  •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오디오와 홈시어터 전문지에 다양한 리뷰를 기고했고, 더앱설루트사운드의 편집장이었던 로버트 할리가 쓴 <하이엔드 오디오 컴플릿 가이드>를 번역했다.
    현재 하이파이넷(hifinet.co.kr)의 운영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