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P3 특허 만료 및 로열티 무료화
  • "차세대 오디오 포맷 AAC로의 이행"

 

 

MP3 기술의 무료화 : MP3는 사실 유료 포맷이었다

 
우리가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음악 파일인 MP3는 다들 잘 아시다시피, PCM 오디오를 손실 압축하여 용량을 절감하는 포맷으로서 현재까지도 가장 대중적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MP3라는 이름이 사실상 디지털 음악파일을 뜻하는 대명사처럼 쓰일 정도로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합니다.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음악이 아닌 MP3 기술에 대해 직접적으로 비용을 지불할 일이 없어 잘 모르는 것이 당연한데, MP3는 사실 유료 포맷이'었'습니다. 

MP3는 독일의 국책 연구기관인 프라운호퍼 연구소(Fraunhofer IIS)에서 1980년대부터 주도적으로 개발하였으며 1993년에 국제 표준으로 등록되었습니다. 그 MP3 기술에 대한 라이선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실사권은 프랑스의 테크니컬러(Technicolor, 옛 Thomson)라는 회사에서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7년 4월 시점에 미국에서의 MP3 기술에 관련된 대부분의 특허들이 만료되었습니다. 

미국 특허 만료에 따라, 테크니컬러를 통해 제공하던 MP3 라이선스 프로그램도 2017년 4월 23일부로 공식적으로 종료되었습니다. 쉽게 말해 MP3는 더 이상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유료 포맷이 아니라는 겁니다. 앞으로는 하드웨어 / 소프트웨어 개발사나 음원 서비스 업체들이 MP3 관련 기술이나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MP3 라이선싱 프로그램은 음원 서비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등 해당 포맷을 취급하는 모든 매체에 대해 로열티를 요구합니다. 오디오 데이터의 압축 / 해제에 관련된 디코더 및 코덱은 판매 유닛 당 0.75~5달러, 게임은 타이틀 당 2,500달러, 음원 서비스에는 MP3에 의한 순익의 2%를 로열티로 요구했었습니다. 이에 따른 MP3의 연간 로열티 수익은 1억 유로, 한화 환산 시 무려 1,250억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표현이 절로 떠오릅니다.

다행히도 테크니컬러에서 악덕 기업처럼 무차별적으로 로열티를 징수했던 것은 아닙니다. MP3 기술을 이용해도 비영리 목적이거나 수익이 연간 10만 달러 이하일 경우 라이선스를 체결하지 않아도 되며, 서비스에 대해서는 매출이 아닌 수익에 대한 비율로 로열티를 책정했습니다. 이런 면에서는 여타 업계의 로열티 정책들에 비해서는 꽤나 유연하게 운영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만약 그렇게 유연하게 운영하지 않았다면 MP3가 현재처럼 폭넓게 보급될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차세대 오디오 포맷 AAC로의 이행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공식적으로 MP3 라이선스 프로그램 종료와 함께 '미래를 위한 차세대 포맷으로의 이행'을 선언했습니다. MP3의 자리를 계승하는 차세대 업계 표준 오디오 포맷은 이미 익숙한 분들은 익숙하실 AAC(Advanced Audio Coding)입니다. 실제로 업계에서 MP3는 이미 한물 간 포맷입니다. 오래전에 개발되었다 보니 용량 대비 음질이 최신 포맷들에 비해 떨어지고 옵션도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오디오 포맷에 대해 생각할 때 단순히 음악 파일만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MP3나 AAC 같은 오디오 압축 포맷들은 동영상을 위해서도 쓰이고 있습니다. 음악은 한 곡당 3~5분 수준이지만 동영상은 영화 한편이면 2시간이나 됩니다. 따라서 영화 한편에서 오디오 데이터만 따져도 수백 MB부터 GB 단위까지도 커지므로, 오디오의 압축 효율은 일반적인 음악 파일보다 동영상에서 훨씬 더 민감한 문제입니다.

디지털 TV 방송, 스트리밍 등 동영상 분야에서는 이미 AAC, MPEG-H와 같은 MP3보다 진보된 최신 오디오 압축 포맷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동영상 분야뿐 아니라 유럽 등에서 주로 서비스되는 디지털 오디오 방송(DAB)들도 이미 AAC를 보편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유튜브와 같이 이용자가 직접 컨텐츠를 올리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우에는 동영상을 업로드하면 오디오 데이터를 서버에서 AAC로 재인코딩해서 저장합니다.

인터넷 음원 서비스들 역시 기존의 MP3 스트리밍보다 비트레이트를 한 단계 낮추고도 비슷한 음질로 서비스 가능한 AAC로 서서히 전환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다운로드용 음원까지도 아예 AAC로 제공하는 애플 뮤직과 같은 서비스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AAC 음원은 이미 대부분의 음악 재생 소프트웨어 및 스마트폰 / DAP 등 하드웨어들에서 재생할 수 있는 준비도 다 되어 있습니다.

 

 

 

 


 

 

AAC는 새로운 로열티 징수 수단?


AAC도 MP3와 마찬가지로 프라운호퍼 연구소의 작품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AAC는 프라운호퍼 연구소, AT&T 벨 연구소, 돌비 연구소, 소니, 노키아 등이 공동으로 개발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는 국제표준기구인 ISO/IEC 내에서 멀티미디어 포맷 관련 다양한 표준을 정하는 MPEG(Moving Picture Experts Group, 동영상 전문가 그룹)을 통해 표준 규격으로 등록되었습니다.

그래서 AAC의 또 다른 이름은 MPEG-2/4 Audio입니다. MP3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쳐 MPEG에 등록된 표준 규격으로, 규격 상의 원래 이름은 MPEG-1/2 Audio Layer III입니다. AAC가 처음 등장한 시기는 1997년으로 MP3와 불과 4년 차이밖에 나지 않지만, 사용하는 알고리즘은 서로 매우 다릅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AAC 역시 예전의 MP3와 마찬가지로 유료 오디오 포맷입니다. 현재 AAC의 라이선스 프로그램은 VIA Licensing이라는 회사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MP3보다 로열티가 저렴하기는 하지만 어차피 그런 차이는 일반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므로, 유료라는 사실 자체가 중요합니다. 미래를 위한 새로운 포맷으로 넘어가겠다는 말은 결국, 특허권이 만료되어 더 이상 독점권을 주장하기 힘든 MP3 대신 새로운 유료 포맷으로 넘어가겠다는 의도로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를 꼭 돈벌이 수단이라고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습니다. MP3와 AAC 각각의 라이선스 프로그램의 가장 큰 차이점은, MP3는 MP3 기술을 활용한 방송과 서비스에도 라이선스를 요구했지만 AAC는 서비스는 라이선스 대상이 아니며 인코더 및 디코더에만 라이선스를 요구합니다. 게다가 로열티 비용도 MP3보다 저렴한 1달러 이하 수준입니다. AAC에 대한 로열티는 현재 시장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관련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가격에 이미 반영되어 있으므로, 소비자 가격이 추가적으로 상승할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됩니다.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 장기적으로는 AAC로 대체

 
MP3 라이선스 프로그램 종료에 대해 일각에서는 MP3에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는 둥의 극단적인 표현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는 MP3가 더욱 폭넓게 활용되는 데에 도움을 주었으면 주었지, MP3 자체가 당장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MP3의 무료화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관련 하드웨어 / 소프트웨어 및 음원 서비스들의 가격 하락이나 가격 대비 서비스 품질의 증대를 기대해볼 수도 있습니다. MP3는 향후에도 여전히 가장 널리 쓰이는 오디오 포맷의 지위를 오랜 기간 유지할 것입니다.

물론 장기적으로 보자면 얘기가 약간 달라집니다. MP3 라이선스 프로그램 종료는 MP3에 대한 기술 지원도 중단됨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MP3 등 오디오 포맷 라이선스에는 기술 지원 명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LAME과 같은 무료 MP3 인코더야 계속 개선될지 몰라도, 원래 공식 라이선스를 통해 프라운호퍼에서 제공하는 MP3 인코더는 더 이상 개선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MP3는 그동안 코덱 기술의 발전으로 용량 대비 음질이 꾸준히 향상되어 왔습니다. 따라서 MP3 코덱의 추가 개발이 중단되면 음질도 현재 수준에서 정체될 것입니다.

이는 결국 장기적으로는 AAC 등 차세대 포맷으로의 반강제적 이행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앞으로는 좋든 싫든 온라인 음원 사이트에서 스트리밍 및 다운로드할 수 있는 포맷이 MP3에서 AAC로 바뀌어 나갈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물론 AAC가 MP3보다 용량 대비 음질이 더 좋으니 나쁠 것은 전혀 없습니다. AAC로의 이행은 로열티라던가 하는 잠재된 비용을 일단 빼고 보자면 실제 사용에 있어서는 서비스 제공자에게나 소비자에게나 이득입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AAC를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AAC는 세부적으로 여러 규격이 있고 파일 확장자도 .aac와 .m4a로 2가지가 있는 등 기술적으로 MP3보다 복잡한 면도 있습니다. AAC가 현재 애플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다 하필 이름도 A로 시작하다 보니, 심지어는 애플의 독자 규격으로 오해받기도 합니다. 그래서 AAC가 MP3를 완전히 대체하기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서비스 제공자의 입장에서는 AAC로 이행하기 전에 AAC가 어떠한 포맷인지 일반 소비자들에게 차근차근 알려나갈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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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지성, 이성, 그리고 감성의 삼위일체를 꿈꾸는 테크니컬 라이터
    디자인과 공학을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에 능통하여 다학제적 시각의 리뷰가 특기이다.
    개인 블로그 asnote.net 운영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