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ocal Sopra No.1
  • "강렬하고 우아한 프렌치 하이엔드"

 

 

서론

 
포컬이 어느 라인업을 출범시키더라도 이런 집약형 미니모니터를 핵심제품으로 편성하는 것은 영미계 스피커들이 밀집한 거대한 들판에서 프랑스 국기를 휘날릴 수 있었던 비결이다.

설립 40년을 맞이하는 포컬(FOCAL-JM Lab) 은 자사 매출의 절반에 육박하는 네임오디오를 패밀리로 영입하면서 베르방(Vervent) 오디오 그룹의 코어 브랜드가 되었으며, 오디오파일들로서는 이 영-불 연합팀이 엮어낼 ‘케미’를 이전에 두 브랜드를 바라보아 왔던 그 어느 때보다도 초미의 관심이 쏠려 있다.

얼마 전 삼성의 하이엔드 사업 파트너로 염문(?)을 뿌릴만큼 대한민국 오디오파일들의 인근에 있는 것으로 느껴지는 브랜드로서 포컬은 기존 라인업의 페이스 리프트와 연장은 물론, 헤드폰 등에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움직임이 역력해보인다.

포컬은 최상급 스피커를 제작해 온 전형적인 ‘코스트 노 오브젝트(cost no object)’ 브랜드였다. 회사명이 그랬듯이(JM Lab; 자크 마훌 연구소) 기본적으로 R&D에 많은 비중을 두는 한편, 파리지앵을 표방하는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품질과 외관 양면의 밸런스를 잘 갖춘 흔치 않은 브랜드로 자리잡아 왔다. 그런 포컬은 절묘한 한 수를 두어 지난 해 최상위 ‘유토피아’와 보급형 ‘엘렉트라’ 라인업 사이에 ‘소프라(Sopra)’ 시리즈를 론칭시켰다.

‘소프라’ 시리즈의 출현은 이전의 20여년간 포컬의 제품개발이 주로 드라이버 유닛에 치중되었었다는 인상에 비해, 포트폴리오의 지각을 이동시켜 새로운 구간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시선을 끈다. 어떤 사안들에 있어서 그런 지 살펴보기로 한다.



 


 




디자인


소프라 No.1은 소프라 라인업 유일의 스탠드거치형이고 포컬 브랜드 스탠드 거치형의 표준이었던 마이크로 유토피아를 소프라 시리즈에 구현시킨 의식적인 제품으로 보인다.

마이크로 유토피아에는 포컬이 의도한 바, 소정의 기조 즉 그리 넓지 않은(음악감상자로서 현실적인) 공간에서 구사할 수 있는 최상의 퍼포먼스를 응축시켰다는 점이 그렇다. 대역이나 보편적 장르대응, 사실적 재생력 등을 놓고서 상위 제품들이 그리 아쉽지 않은 소형 스피커로 제작된 이래 다양한 업데이트 버전과 후속 제품으로 이어져 왔다.

소프라 No.1 의 성향 또한 마이크로 유토피아 컨셉이 어떻게든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크게 하단의 목재 인클로저와 상단의 고분자 플라스틱 성형물 - 두 개의 바디를 접합시킨 구조를 하고 있다. 미드베이스 유닛이 장착되는 하단의 메인 인클로저는 특히 마이크로 유토피아의 구성을 거의 그대로 채용하고 있어서 헬름홀츠 공명구조를 통한 통제된 어쿠스틱과 전면배플을 69mm 두께의 샌드위치 패널로 재단시켰다. 포컬 고유의 미드 베이스 콘 또한 두 개의 얇은 광섬유 사출패널 사이에 폼(foam)을 채워넣은 소위 ‘W’ 샌드위치 콘을 장착하고 있다.



 


 

 

퍼포먼스


알려진 바, 이 구조의 장점은 고강성을 기반으로 하는 댐핑을 아주 가벼운 소재로 달성시키는 데 있어서 사운드 퍼포먼스가 빠르고 정확하다.

특히 소프라에 사용된 본 미드베이스는 TMD(Tuned Mass Damper)라고 하는 베이스 서스펜션 설계로 제작되어 있는데 콘 어셈블리와 바스켓 연결부에 정확한 어쿠스틱을 위한 6점 지지 댐핑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경주용 자동차나 지진 대응 건물에 사용되는 방식이라고 한다.

소프라를 좀더 특별하게 하는 구조는 정작 상단에 있다. 트위터를 수납한 상단 인클로저는 기본적으로 - 무한배플 개념과 혼 스피커의 공명 - 이라는 두 가지 기술을 접합시켰다. 종종 초기 북쉘프 스피커에서 노이즈와 왜곡을 효율적으로 분산시키기 위해 미로를 두어 배플을 길게 만들었던 방식과 혼(horn) 구조로 된 인클로저의 뒷면을 개방시키고 그릴로 공기저항을 조절하는 방식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IHL 

포컬에서는 정확성을 이유로 높은 대역의 에너지가 강한 편인데 베릴륨 등의 소재를 동원해서 상위 대역 에너지를 디퓨징시키는 기존 방식을 다소 달리해서 그라데이션을 그리며 점진적으로 압축된 다이나믹스를 완화시키는 동시에 체임버 내에 적정량의 공기를 유지시켜 높은 대역의 순도를 유지시키는 원리이다.

포컬에서는 이 방식을 IHL(Infinite Horn Loading)이라고 칭한다. 이런 방식을 통해 정확한 어쿠스틱을 얻기 위한 흔적으로 전후의 그릴을 살펴보면 중앙으로 오면서 패턴의 크기가 커지는 구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예로 들 수 있다.


스탠드 

그리고 스탠드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단순히 거치용 부속물 수준을 넘는 이 전용스탠드는 세 가지 재질로 구성되어 있는데 바닥은 강화 글래스, 기둥은 목재, 상판은 철재로 제작되었다. 스피커와 상판은 볼트로 고정시키도록 되어 있다. 상기와 같은 상하단 어쿠스틱 설계를 효과적으로 발휘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전통적인 싱글와이어링 구조를 그대로 이어받고 있으며,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는 뒷면 하단 스피커 터미널 아래쪽에 가로로 길게 디자인되어 있다. 이 제품의 디자인이 세심하다고 느껴지게 하는 부분 중의 하나가 상단에도 하단과 동일하게 글래스 재질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체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인테리어적인 효과 또한 훌륭하다. 트위터와 미드 베이스가 개별 커버되는 그릴의 경우, 미드베이스는 콘의 원형을 따라 그대로 동그랗게, 트위터가 있는 상단은 전면 전체를 덮도록 디자인 되어 있다. 



 


 


 

시청 시스템


시청앰프인 뮤지컬 피델리티에 대한 사용자 그룹 또한 그리 짧게 드리워져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략 40년 가까운 앰프 제조 히스토리 속에서 설립자 앤소니 마이클슨(Anthony Michaelson)의 이름을 쥴리앙 베레커나 심지어 피터 워커와 같은 영국앰프계의 공로자들과 다른 경로로 읽혀지게 하는 것은 제조기법을 달리하는 특유의 사운드였다. 특히 영국산 A클래스 동작 앰프의 대명사와도 같은 고순도 이미지, 그리고 매끄럽고 도취적인 사운드 스타일은 한국인들의 정서에 적중하는 바 컸다. 뮤지컬 피델리티에서 대한민국 팬들을 위한 앰프를 발매했었다는 사실은 이제 많이 잊혀져 있는 듯 하다.

뮤지컬 피델리티가 실용기의 이미지를 크게 전환했던 시점은 2010년을 즈음해서 론칭한 M6 프로젝트로부터였다. 미국의 스테레오파일은 M6 전 라인업에 환호했고 웨스 필립스나 샘 텔리그와 같은 필진들의 시스템으로 자리잡기도 했다. M6 앙코르 225는 이렇게 다차원으로 전개했던 M6 전 라인업을 빼곡이 하나의, 그것도 그리 크지 않은, 바디에 집약시킨 제품이다. 단편적으로 올인원 앰프, 혹은 플레이어라고 칭하기 애매한 이런 포괄적인 제품은 뮤지컬 피델리티에서는 이제껏 없었다.

앙코르 225에서 간략히 눈에 띄는 부분들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 제품의 핵심기능은 역시 파워앰프이다. 여기에 입출력단과 디스크 플레이어, 그리고 스토리지까지 장착시켰다. 참고로 225는 본 제품 출력단의 와트 수치이다. 제품의 프로세싱은 64비트 듀얼 코어 CPU에 의해 작동된다. 포노단을 기본사양으로 장착시켰으며, 4개의 USB A 입력(1개의 3.0 포함)을 제공해서 최대 24/192 까지 디지털 입력이 가능하다. 프리아웃을 통해 파워앰프를 추가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 CD를 넣으면 비트퍼펙트 품질로 리핑을 시작하며, 사용자의 필요시 파일로 추출하지 않고 CD를 시청할 수도 있다. 하드 디스크는 1테라 용량을 기본으로 하며 추가용량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도 있다.

뮤지컬 피델리티 자사 홈페이지에 있는 다이아그램을 보면 앙코르 225에는 대략 20종의 기기들과 연계 가능한 입출력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있다. 유일하게 아쉬운 부분은 블루투스가 빠져있다는 사실인데, 특정 인터페이스와 상충되거나 그와 관련된 음질적인 고려 때문이 아닐까 짐작된다. 대신 크롬 캐스트를 지원해서 사용자 파일의 무선재생이 가능하다. 이 제품의 본연의 기능은 스피커를 드라이브하는 ‘앰프’임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본 제품이 제공하는 수많은 부가기능들은 편리성을 놓고 최대한의 반경을 잡은 것이지만 사용자가 특정 기능을 강화하고자 할 때는 상위의 인터페이스를 자연스럽게 부가하게 되지않을까 싶다.


 

 


 

사운드


본 시청기는 소프라 No.1을 주인공으로 하는 시스템 리뷰이다. 스펙만으로 보았을 때 본 제품의 가장 눈에 띄는 물리적 특성은 역시 대역이 될 것이다. 45Hz에서 40kHz까지 유효반응하는 본 제품의 대역은 일반적인 풀사이즈 스피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에너지의 규모와 시청 공간의 사이즈를 놓고 편차를 보이게 될 것이다. 89dB의 능률 또한 드라이브하기에 그리 특기할 만한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이 제품을 시청하자 가장 먼저 귀에 들어오는 특징은 역시 스테이징과 다이나믹스이다. 구성 시스템의 영향도 있겠지만 ‘이 스피커는 이것이다’ 라고 얘기할 수도 있는 전형성을 보인다고도 할 수 있다. 특히 격정적이고 꽉찬 밀도감에 실린 베이스가 주는 음향적, 음악적 쾌감은 만족스러웠다. 쿠벨릭이 베를린 필하모닉을 지휘한 드보르작 교향곡 9번 4악장 도입부의 저현합주의 서서히 빨라져가는 2음 스트록은 응집력과 집중력을 발휘해서 시청자를 몰입시킨다. 음의 입자들을 다져놓은 발음부와 그렇지 않은 배음구간의 구분이 선명해서 생겨나고 있는 몰입이다. 일반적인 이 곡의 연주를 감안할 때 스트록의 빠르기는 10개의 구간으로 구분해본다면 중간에서 반 포인트 정도를 늦춘 템포를 보여서 유연하고 스트록의 끝에서 약간의 꼬리가 보인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로 인한 역동감이랄까 드라마틱한 효과가 생겨나 있다. 앰프부의 특성도 반영된 특징일 수도 있겠지만 소프라 트위터의 뒤를 트여놓은 백워드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베이스의 반복 타격은 단정하고 깊으며 파워풀하다. 이 소리의 품질이 분명히 나타날 수 있었던 근거로서 이 편차 큰 다이나믹스가 반복되는 동안 배음을 남긴다던가 음상이 흔들린다던가 혹은 위상이 어긋나는 듯의 흔적은 깔끔할 만큼 없었다. 고급의 베이스이다. 인클로저의 사이즈에 비례하는 차이는 존재했지만, 나중에 상급기인 No.2로 같은 곡을 시청하기 이전까지는 베이스 양감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다. 스크로바쳅스키가 미네소타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브루크너 교향곡 9번 2악장에서 베이스 슬램이 시작되는 부분은 강한 격정을 거침없이 드러내지만 어느 부분도 대략적이지 않고 선명하고 절도있게 구분하고 있다. 강하게 두들기지만 기계적이지 않고 반복되면서 구간이 짧아지면서 미세하게 변화하는 에너지가 세세히 감지된다. 이 시스템의 마이크로 다이나믹스는 사이즈가 늘어나면서 과연 유지될까 싶을 정도로 최적화된 특성이 아닐까 싶었다.

같은 곡에서도 확연히 느껴지는 스테이징 또한 본 시스템의 진면모 중의 하나였다. 기본적으로 무대가 스피커 좌우를 넘어서서 펼쳐진다. 뒤쪽으로도 꽤 깊게 들어가서 무대가 입체적으로 형성된다. 도입부의 현악 피치카토와 낮은 대역의 약한 스트록이 마치 그라데이션처럼 서로 다른 농담으로 전후를 구분하고 있는 듯 하다. 대형기에서도 유심히 듣지 않으면 의식되지 않는 고급의 스테이징 정보였다. 빈 공간에 대한 분명한 감지를 배경으로 높은 대역 방향으로 분명함을 더해가는 곱고 세련된 음색은 싱싱하고 청순하다.

 

선명하고 정교한 핀포인트를 빼놓을 수 없다. 스테이징의 크기와 무관하게 홀로그래픽 이미지를 잘 띄워올리는 성능은 상단을 마스킹하지 않는 미드베이스와의 밸런스 관계도 주요하지만 주로 중역대 이상 높은 대역에 이르는 약음을 섬세하고 정밀하게 처리하는 고해상도 특성이 기여하고 있어 보인다. 그룹 퀸이 연주하는 ‘Killer Queen’ 도입부의 손가락 태핑은 작은 지점에서의 음파확산과 입체적 깊이가 변화하는 것을 잘 포착해서 이 익숙하고도 익숙한 사운드를 어떻게든 신선하게 만들어내었다. 이어지는 보컬의 어쿠스틱 또한 포커싱 지점의 크기를 살짝 늘린 채로의 3D 이미징의 전형을 보인다. 얇프리하거나 여위어 예리한 음상이 아니라 역시 살짝 앰비언스의 꼬리를 보이는 절묘함이 있다. 그런 차원에서 이 곡에서의 품질은 좀더 ‘포컬적’이라고 할 수 있어 보인다.

주로 베릴륨 소재의 기여가 큰 현상으로 보이지만, 이 스피커의 섬세하면서도 자극없이 자연스러운 감촉은 굳이 클래식과 같은 언플러그드 악기가 아니라고 해도 시청의 느낌을 고급스럽게 연출한다. 기본적으로 나긋한 촉감을 준다는 데서 대부분의 곡을 들어도 쉽게 친해질 수 있는 덕목을 지녔다. 특히 전술했듯이 눈에 띠지 않는 베이스의 은근한 서포트는 의식되지 않는 안정적인 밸런스를 갖춰 들려주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어 보인다.

    




 

 

결론


알려진 바, 포컬의 시작은 설립자의 이름을 따서 ‘자크 마훌의 연구소(J.M. Lab)’이었다. 스피커 콘 재질과 유닛 제조 기술을 중심으로 해서 명품 자동차들은 물론 윌슨오디오와 같은 하이엔드 스피커에 납품을 하면서 명성을 키워왔다. 이런 안정적인 토양 위에서 자체 스피커 생산을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아 영국과 미국으로 대별되던 하이엔드 스피커 시장에 우뚝 솟은 프랑스 브랜드가 되었고 라인업을 다변화하는 패밀리를 키워오며 드디어 헤드폰과 같은 포트폴리오로 영토를 확장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포컬 히스토리의 맨 앞줄에 소프라가 위치하고 있다.

날렵하고 세련된 허리와, 고개를 굽히고 뒷문을 열어놓은 구조에 투입시킨 40년 공력이 살아숨쉬고 있어서 음악을 오래, 그리고 많이 들어온 대부분의 애호가들을 쉽게 빠져들게 만들 뛰어난 제품들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다만, 일반인들의 높아진 귀에 걸맞는 예산을 요구한다. 천만원이라는 가격은 제품을 구입하든 하지 않든 오디오파일들에게는 무신경해진 가격이지만 일반 음악애호가들에게는 여전히 지경 너머에 있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서서히 트렌드화되어왔지만 이제는 이 ‘음악애호가’와 ‘오디오파일’의 간극이 많이 흐려져 있다. 이제 고해상도 음원들과 새로운 스트리밍 문화 한 복판에 있는 새로운 뮤직그룹들은 음악품질에 익숙한 귀가 되어 음원이 원래 어떻게 들려야 하는 지 잘 파악되곤 한다. 그래서 국내와 같은 음악공간에서 이 소프라 No.1과 같은 사랑스런 사이즈와 디자인의 스피커는 쉽게 주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스피커를 듣고 보게 되면 자신의 공간 속에 어디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를 이미 머리 속에 그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글쓴이

  • 폴리그램, EMI, 소니뮤직, 유니버설 뮤직에서 마케팅 매니저로 일했으며
    월간 스테레오뮤직 편집장을 지냈다.
    온/오프라인 매체에 20년째 음향기기 평론가로 활동중이지만
    본업은 IT 주변기기 수출을 하는 무역업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