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고스티노의 신제품 시연회
  • 사실상 결별을 한 크렐과 연관을 짓는 건 양사 모두가 원치 않는 일일 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이름을 타이틀로 설립한 앰프 브랜드 ‘다고스티노’의 CEO ‘댄 다고스티노(Dan D’Agostino)’는 약 40년에 가까운 앰프 명장의 이름으로, 그런 상이 있다면 앰프 부문 ‘명예의 전당’에라도 헌정될 이름이다. 오디오파일이라면 취향과 무관하게 굳이 이의를 달

2016년 9월 28일 로이코 본사 메인시청실

 

 

'모멘텀'에서 '프로그레션'으로의 한걸음

 

사실상 결별을 한 크렐과 연관을 짓는 건 양사 모두가 원치 않는 일일 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이름을 타이틀로 설립한 앰프 브랜드 ‘다고스티노’의 CEO ‘댄 다고스티노 (Dan D’Agostino)’는 약 40년에 가까운 앰프 명장의 이름으로, 그런 상이 있다면 앰프 부문 ‘명예의 전당’에라도 헌정될 이름이다. 오디오파일이라면 취향과 무관하게 굳이 이의를 달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전시회 이외의 경우는 철저히 앰프설계자 혹은 가정적인 인물이기도 하지만(크렐 스탭들로부터 그가 집에 있으면 쉐프급의 요리사로 변신한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다), 드라이브를 할 경우 이외에는 집 밖으로 잘 나서지 않는다는 그가 정확히 20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이제 물리적 연륜을 거역할 수 없는 그의 모습이지만 여전히 떡 벌어진 어깨와 반듯한 허리, 또렷하고 큰 눈동자, 그리고 그가 만든 제품들의 사운드처럼 또박또박한 발음과 유연한 어조로 제품들을 소개하는 모습은 은근 감동적이었다.

 

 

자동차와 시계의 오랜 애호가인 그의 제품에는 사운드 품질의 이면에서 품격 높은 디자인들이 살아 숨쉬어 왔으며 ‘다고스티노’ 제품들은 그 정점에 이르러 있다. 프로그레션 파워앰프 윈도우의 샴페인골드 플레이트와 블루톤 백라이트를 후광으로 고색창연한 아날로그 미터 바늘이 돌아가는 모습은 잠시 세상일을 잊을 만큼 충분히 도취적이다. 

 

최근 그의 설계방식은 크렐 시절과는 지향점과 레인지에서 조금 달라져 있다. 약 두 시간 넘게 꽤 많은 말과 시청이 이어졌는데 다고스티노의 신제품에 대한 설명을 몇 가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디폴트 및 커스텀 세팅 어플리케이션

설계자는 물론 사용자가 원하는 스타일로 변경해서 시청할 수 있도록 다양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도록 제작했으며, 자신의 제품 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하이엔드 브랜드의 오랜 사용자들이 함께 모여서 ‘귀로 시청한’ 결과를 반영해서 만든 게 최근제품들이다.

 

2) 미래를 지향한 경험적 설계

‘다오스티노’ 브랜드 최초의 시리즈였던 모멘텀 라인업을 기획할 때부터 기조로 삼았던 미래지향적 디자인은 그의 35년 앰프설계의 경험으로부터 얻어진 산물이었다. 그가 고집한 A클래스 증폭 방식 등은 듣기 좋은 사운드를 만드는 게 아니라 현장의 소리가 시청공간에서도 동일하게 들릴 수 있도록 한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상기시켰다.

 

3) 품격을 더 높인 디자인 

제품의 사이즈는 더 작게 해서 마치 보석과 같은 대상이 되도록 디자인에 총력을 기울인 한편으로 내부에서 움직이는 사운드의 에너지는 보다 여유롭고 강력하게 제작되어 있다.

 

 

4) 가장 재미있는 대상으로서의 오디오

특징 없는 사운드 시스템으로는 감성이 동하지 않고 음악에 정이 가지 않지만, 좋은 시스템을 만나게 되면 몇 년 동안 듣지 않던 음악들을 꺼내 듣게 되는, 오디오파일적인 반응을 보이게 되어 결국 ‘모멘텀’을 만들게  되었으며, 다고스티노 최초의 제품 모멘텀의 플랫폼에 대략 일년의 시간을 들여 지속적으로 튜닝작업을 해서 제품을 완성했다. 그래서 이 제품은 제작자 스스로 시청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5) 워커홀릭

다고스티노는 자신의 집에 엔지니어가 활동하고 있는 연구소를 차려놓았는데 제품을 테스트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추고 있다. 매일 아침 5-6시에 일어나서 커피를 마시고 저녁 8-10시까지 주말도 없이 일한다. 집에는 있지만 식사도 연구소에서 하고 하루 종일 밖으로 나오지 않으니 아내가 미칠 지경이라고 한다. 간혹 새벽 2시쯤 되는 시간에 아이디어가 떠올라 아래층으로 내려와서 일을 하며 밤을 새운 그런 몇 해가 지나서 새로운 무언가를 이룩한 것 같다고 한다.

 

언젠가는 오디오쇼에 출품할 파워앰프 2세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좌우 한 개씩 두 개가 한 세트인 이 제품은 전시회장에 출발하기 하루 전 날 새벽 1시에 테스트해보니 소리가 잘 나고 있어서 방열핀만 조립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조립을 하려고 보니 페인트가 너무 두텁게 칠해져 있어서 도무지 들어맞지 않아서 좌우 총 4개를 끼워 맞추느라 결국 새벽 5시까지 작업을 하고 샤워를 한 후 9시에 집을 나설 수 있었다. 차라리 냉장고에 넣어둘 걸 그랬다고…

 

 

6) 프리앰프의 자격

편리때문에 프리앰프의 지위를 위협당한 지 오래되었으며 그 대상은 주로 DAC였다. 하지만 볼륨조절기능을 갖추었다고 해서 DAC가 프리앰프인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진정한 프리앰프는 신호를 변화시키지 않아야 하며, 소스로부터 신호를 받아 프리앰프를 증폭앰프 이전 단계에 두어도 소리가 변하지 않아야 비로소 그게 프리앰프인데 DAC는 그렇지 못하다고 전했다.

 

물론 그런 프리앰프를 제작하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며, 다고스티노가 설계하고 제작한 제품은 특별한 회로를 구성한 기판을 사용해서 피드백이나 보정 등을 가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디지털 볼륨을 권장하지 않는 다고스티노의 방식은 다이얼을 돌려서 조절하는 아날로그 미터에 있다. 래더방식으로 제작되었으며 매우 정밀하게 작동한다. 조작의 느낌도 매우 특별하며 버전업이 되며 매우 정교해지고 레일을 새롭게 설계해서 입력 소스의 강도가 약하더라도 원 소스의 품질을 그대로 재생할 수 있도록 사운드가 향상되었다고 한다. 

 

파워앰프 프로그레션은 제품의 사이즈가 크게 늘어나기도 했지만 출력과 소스 대응력을 대폭 확장시켜서 높은 출력의 순간에도 세련된 어조로 하이 스피드를 구사할 수 있으며 스피커를 가리지 않는 다고스티노 앰프의 전설을 통합 버전으로 재현할 제품이 아닐까 예상된다. 시청을 하는 동안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시청실의 바깥 갤러리 테이블에는 포노앰프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대부분의 마감 재질이 황동으로 보이는 본 제품은 다양한 레이블 별로 녹음 시점 정보를 데이터화해서 완벽에 가까운 RIAA 커브를 프로세싱하는 경이로운 스마트 포노앰프라고 한다.

  

 

감정이입 때문이었을지 모르겠지만, 2년전 CES 에서 부스를 지키고 있던 그의 모습은 뭐랄까... 여전히 상실의 서운함도 약간, 그리고 새로운 도전의 기운으로 정돈을 막 해놓은 외로움 같은 게 느껴졌다. 하지만 오늘 밤 다고스티노의 볼과 목소리는 상기되어 있었다.

 

뒷짐지고 손주들과 느긋한 산책이 어울릴 연륜을 뒤로 한 채, 그 때도 유난히 천진해 보이던 그의 눈빛에는 이제 여유로움과 새로운 흥분이 깃들기 시작한 듯 싶다. 다시 말하지만, 다고스티노는 인류가 자신의 공간에서 음반을 듣기 시작한 이래 품격 높은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그 공로로 기록되어야 할 인물이다.

 

그는 음악을 듣는 이들에게 진정 불꽃을 가져다 주었다. 다시 맨 꼭대기를 향해 가고 있는 그의 영감이 항상 건재하길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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