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디오의 가가 (佳歌)
  • You had your time, You had the power You’ve yet to have your finest hour. ‘멋진 시절이었어요. 당신은 위대했죠. 하지만 아직 전성시대는 오지 않았어요.’ - Queen ‘Radio GaGa’

더플러스 라디오(The Plus Radio) 

 

You had your time, You had the power

You’ve yet to have your finest hour.

‘멋진 시절이었어요. 당신은 위대했죠.

하지만 아직 전성시대는 오지 않았어요.’

- Queen ‘Radio GaGa’ -

찬란한 신디사이저가 전편을 수 놓았던 ‘라디오 가가’는 한 세대 전, 비디오에 밀려날 운명에 처해있던 라디오에 헌정한 찬가였다. ‘아직 전성기는 오지 않았다…’라고 위안을 하고 있지만, 이 노래의 주인공 그룹 퀸 조차 확신 못한 채 라디오는 누군가에 의해서만 사랑받으며 서서히 주류에서 밀려날 거라는 뉘앙스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라디오는 많은 사람들의 우려처럼 비디오에 밀려나거나 귀속되지 않고 다만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되었다. 마치 스테레오가 멀티채널의 부속물로 통합되지 않은 것처럼, 라디오는 결코 AV에 점령되지 않는 오디오의 상징처럼 여전히 건재하다.

 

복고의 시대

복고의 여파인지 모르겠지만, 그로부터 삼십년을 넘긴 현재의 상황은 ‘라디오 가가’를 노래했던 시절과 다시 닮아 있다. 비디오 가수들의 무한경쟁은 일상 속에 만연되어 거리와 집안은 물론 이동하는 내내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다. 하지만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들여다보면 라디오는 분명한 존재감으로 곳곳에서 발견될 것이다. 자동차에서, 동네마트에서, 사무실과 커피 전문점에서 여전히 귀를 통해서만 시청자에게 호소하지만 이전 어느때보다 진지한 모습으로, 비디오가 갖지 못한 집중력과 상상력을 발휘한다. 비주얼가수를 음악적으로 비하시킬 일도 없고, 비디오가수와 라디오가수의 경계를 굳이 구분하지 않는다. 다만, 라디오를 통해 듣는 소리는 음악적 혹은 문화적 품질에 대해 시청자가 경계를 해제한 채 교감한다는 점에서 비디오와는 틀이 다를 뿐이다. 그래서 하이테크의 전폭적인 지원을 누려 온 비디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덜 변모했으며, 한 세대 혹은 그 이전의 포맷을 흐트리지 않고 ‘클래식’이 되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마치 애완동물을 쓰다듬듯 라디오를 항상 근거리에 두고 있다.

 

라디오에 무엇을 더했나

더 플러스 라디오(The + Radio)를 제품 카테고리로 분류하자면, 라디오 수신과 하이파이적 재생을 핵심으로 하는 거치형 ‘올인원 뮤직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다. 클래식 라디오의 포맷을 지향해서 네오클래식 스타일을 띄고 있다. 물론 그 모양에서 직관되듯이 아날로그 수신 라디오가 본원적 기능이지만, 외부 재생장치의 유선 및 무선(블루투스) 입력과 헤드폰 출력 등을 지원하고 있다. 전용 스피커를 추가해서 스테레오 구성을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원래 라디오에 기능과 컨셉을 플러스 한 ‘더 플러스 라디오’가 되었다. 이에 따라서 본 제품은 액티브 스피커를 플랫폼으로 해서 아날로그 라디오와 유/무선 외부 기기 입력을 통해 시청반경을 확장할 수 있는 고성능 음악감상기기로 파악하면 될 것이다.

 

하이엔드를 능가하는 음질이나 전능한 기능 등을 운운하는 연예인적 시선으로 접근하지만 않는다면 음악듣기의 즐거움을 누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조건들을 잘 갖추고 있다. 오디오 기기에 익숙한 사용자의 경우, 몇 군데 방송채널을 수신해 보거나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몇 곡을 시청해 보면, 기본적으로 음악과 악기의 음색에 익숙한 전문가에 의해 제작되었음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성능 1) 수신감도

본 제품에서 사용자에게 가장 먼저 어필할 내용은 뛰어난 FM 수신성능일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20년 넘게 사용해 온 라디오 ‘티볼리’는 큰 아쉬움 없이 거실 한쪽에 붙박이가 되어 가고 있는데, 결정적으로 KBS의 클래식 FM을 수신하는 데 문제가 있었다. 메인이벤트에 가까운 이 역할을 놓고 티볼리는 미세조정 신공으로 인한 많은 인내심을 요구했다. 겨우 주파수가 맞아서 잠시 커피 한 잔을 가져와서 앉을라치면 그새 주파수가 어긋나서 클래식도 팝도 아닌 우주인의 희한한 소리를 내곤 했다. 티볼리 만의 문제가 아니라 아날로그 튜너 기능을 가진 네트워크 플레이어나 통합형 인티앰프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더 플라스 라디오는 마치 ‘그래서 내가 왔쟎아’ 라는 듯, 이 부분을 거의 말끔히 해결하고 있다. 외장 안테나를 연결하지 않은 채로 그렇다. 혹시 디지털 수신 방식이 아닐까 싶을 만큼 노이즈도 거의 없다는 점에서 마치 안개가 걷힌 듯한 느낌에 가깝다. 수신 성능이 티볼리보다 단지 우수하다기 보다 애매한 수준을 넘어서는 차별화된 수신성능을 구현시켰다. 필자가 테스트해 본 공간 중에서는 유일하게 블록된 지하공간(채광 등이 차단된)의 경우가 문제였다. 어느 수신방식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 이런 지하공간의 경우는 외부와 연결된 별도의 안테나를 사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성능 2) 메커니즘

중앙의 수신 다이얼의 회전감촉이 긴밀한 느낌을 준다. 감기고 풀리는 텐션의 느낌이 아니라 작은 휠에 맞물린 기어비가 큰 휠을 돌려서 미세구간을 촘촘히 채우고 지나간다는 느낌을 준다. 조작의 재미를 주는 기계적 구성의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이런 정밀한 구간설정은 상기한 수신기능의 구현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상단의 12시 방향에 FM, 정반대쪽에 AM 인디케이터를 두어 수신 선택에 따라 램프가 작동한다. 주파수가 잡히면 하단 측면의 ‘튜닝' 붉은 램프가 들어오는데, 수신 정도에 따라 등의 밝기가 높아진다. 블루투스의 경우 또한 수신과 재생 품질 모두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특별히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apt-X 기반 방식으로 보이며, 소스선택 노브를 돌려 블루투스를 선택하면 ‘삐익’하는 비퍼 음과 함께 근거리에 있는 블루투스 지원기기들에서 검색된다.

 

블루투스의 경우 또한 수신과 재생 품질 모두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특별히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apt-X 기반 방식으로 보이며, 소스선택 노브를 돌려 블루투스를 선택하면 ‘삐익’하는 비퍼 음과 함께 근거리에 있는 블루투스 지원기기들에서 검색된다. 신호검색이 빠르기도 하지만 압축파일의 재생시에도 이 등급의 제품에서 들었던 품질보다는 좋게 들렸다면 무슨 이유일까? 필자의 추측으로는 보다 상위 버전의 프로세싱 방식이 기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와이파이 등급이라 해도 믿을 만한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볼륨을 겸하고 있는 전원노브를 돌려 파워를 켜면 살짝 동작음이 들리는 등 이 제품은 의식적으로 소소한 작동시에도 딸깍거리거나 해서 사용자의 제어에 반응하도록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소위 반응의 재미를 갖추고 있어서 디지털소스를 포함하고서라도 아날로그적 분위기가 주도하고 있다.

 

성능 3) 사운드

FM수신 품질이 본 제품의 핵심내용이라면, 사운드 품질은 결국 사용자에게 나타나는 최종 출력물의 의미를 갖는다. 언제나 그렇지만, 끝이 좋아야 앞서의 모든 게 의미를 갖게 되는, 본 제품의 실질적인 내용물이다. 필자는 종종 라디오의 수신 품질을 두고 ‘방송국 CDP보다 나은 걸 쓸 자신이 없으면 그냥 라디오를 들어라’ 라고 얘기하곤 했다. 수신이 완벽하다면 방송국 CDP 혹은 서버시스템과 컨버터의 성능이 그대로 음질로 나타나기 때문이고, 실제로 동일한 음반으로 테스트해 볼 기회가 된다면 방송의 품질을 따라가기 어려운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만큼 FM라디오의 품질이 따라주었을 때의 얘기지만 말이다.

 

FM수신 품질이 본 제품의 핵심내용이라면, 사운드 품질은 결국 사용자에게 나타나는 최종 출력물의 의미를 갖는다. 언제나 그렇지만, 끝이 좋아야 앞서의 모든 게 의미를 갖게 되는, 본 제품의 실질적인 내용물이다. 필자는 종종 라디오의 수신 품질을 두고 ‘방송국 CDP보다 나은 걸 쓸 자신이 없으면 그냥 라디오를 들어라’ 라고 얘기하곤 했다. 수신이 완벽하다면 방송국 CDP 혹은 서버시스템과 컨버터의 성능이 그대로 음질로 나타나기 때문이고, 실제로 동일한 음반으로 테스트해 볼 기회가 된다면 방송의 품질을 따라가기 어려운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만큼 FM라디오의 품질이 따라주었을 때의 얘기지만 말이다.

 

라디오와 블루투스 두 부문을 각기 테스트해보았는데, 라디오는 FM에 한해서 3개 방송국 프로그램에 대해서 테스트했으며, 블루투스는 아이폰 6 에서 MP3파일을 전송해서 시청했다. FM수신은 같은 조건에서 티볼리와 비교시청을 했으며 동일한 곡을 두 소스로 비교할 수 없는 건 아쉽지만 블루투스와 FM라디오의 음질 차이도 대략 비교해보았다.

 

역시 라디오는 사람의 목소리다. 예상했지만, 내레이션으로만 채워진 보컬의 경우 가장 뛰어난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클래식 음악방송, 특히 여성보컬의 경우가 좀더 품질이 우수하게 들렸다. 여성보컬이 우세하게 느껴진 것은 약간 높고 울림이 상대적으로 적은 대역이라서 그랬을 거다.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해상도로 표현되는 사실적인 영상이다. 입술이 떨어지는 순간과 그 빠르기가 마주보고 있는 느낌으로 잘 보여진다. 그래서 목에서의 울림을 포함해서 음파가 언제 시작되는 지 선명하게 모니터된다. 스피커 사이즈로 인한 대역의 크기를 제외한다면 모니터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어 보이는 품질이다. 유성음을 빠른 속도로 연속하는 경우에도 미세한 딜레이나 정첩이 되어 혼탁해지는 경우는 없었다.

 

FM방식의 장점을 살려 스테레오로 시청해 보면 이런 특성은 좀더 심화된다. 내레이터의 홀로그래픽 음상이 상당히 잘 떠올라서 순간 웃음이 번져왔다. 필자만의 방식으로 어렵게 찾아낸 결과물이 아니라, 누가 들어도 유사한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어려운 음악이나 악기가 아니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람의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라디오수신감도의 장점을 더해서 클래식 FM의 경우 미세하게 전파노이즈가 불규칙하게 들린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지금 방송실의 잔향이 거의 없음을 잘 전해주고 있다. 잠시 마이크에서 고개를 돌리거나 거리가 멀어지는 순간을 느끼는 재미도 크다. 사실, 일반 디지털 음원으로 이런 대화체 보컬을 감상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이건 라디오 고유의 장르 특성으로 인한 비교우위라고도 할 수 있다. 

 

클래식 합주곡을 시청해보니 본 제품의 특성이 좀더 분명해졌다. 촘촘한 입자들의 옥타브와 다이나믹스 변화가 미세하게 모니터되어 마이크로 다이나믹스가 또렷하게 느껴진다. 마치 미니어쳐 필터를 쓴 이미지처럼 정교하고 드라마틱하다. 아르농쿠르와 비인 콘센투스 무지쿠스가 연주하는 바하의 <B단조 미사> 중에서 ‘Dona Nobis Pacem’은 변화하는 코러스의 그라데이션을 꽤나 드라마틱하게 보여주었다. 이 곡을 이렇게 라디오에서 주의깊게 시청한 기억은 없었는데, 이 복잡한 혼성합창에서 피치가 올라가면서도 혼탁해지는 경우도, 왜곡이 생기는 경우도 없이 싱싱하고 생동감 있게 들려준다. 정교한 전후좌우간 거리를 그려주는 것 까지 욕심을 내지 않는다면 2채널의 경우 매크로적인 홀로그래픽 이미징 또한 잘 떠오른다. 유일하게 아쉬운 건 스케일이었다. 시청을 하다 보니 좀더 큰 스테이징으로 듣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한 편으로는 이 곡을 이 정도로 들려줄 수 있다면 수신의 품질을 놓고 투자를 하고 싶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적당한 부스팅과 고유의 음색이 섞여 있는 음원을 들어보면, 이 제품이 얼마나 정확성에 비중을 두어 제작되었는 지 확인할 수 있었다. 더 플라스 라디오는 꽤 낮은 대역(60Hz)까지 플랫하게 연속대역을 유지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그로 인해 전용 하이파이 스피커 등급으로 정확한 음색을 들려준다. 베이스의 양감을 이 사이즈에서 구현할 수 있는 한도내에서 정확한 양으로 들려주어서 티볼리와 비교하면 대역밸런스가 다소 위쪽으로 가 있다고 느껴지거나 다소 왜소하다고 느낄 수도 있어 보인다. 그래서 그 부분을 다시 이 사이즈의 최대치라고 할 만한 다이나믹스 특성으로 보정하고 있어 보인다. 물론 모두 음원에 있는 정보에 따른 반응일 뿐이다. 사라 맥라클란의 ‘Angel’ 도입부의 베이스 슬램은 깔끔하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한 외곽선을 그려내지만 포만감이 감소하지 않을 만큼의 펀치감이 실려 있어서 이 부분을 듣는 쾌감이 결코 감소하지 않는다. 번지듯 퍼져오는 보컬의 음색은 이 곡에서도 싱싱하다. 시스템에 따라서는 다소 도취적인 유려함이 강조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원래 이 곡은 육성과 가성이 수시로 변경되는 음색변화의 표현이 본래의 음원 속 정보이다. 그런 차원에서 더 플러스 라디오로 듣는 그녀의 음성은 감성적이고 짙은 호소력으로 어필한다. 보다 뉘앙스를 리얼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 곡은 어떻게든 상위 품질의 파일로 다시 시청을 해봤으면 싶었다.   

 

제작사에 따르면 본 제품의 사운드 디자인은 작은 사이즈에 맞게 대역밸런스를 배정하는 데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하는데, 베이스 리플렉스 방식으로 설계된 본 제품은 이 사이즈에 최적화 혹은 그 이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다이나믹스와 대역을 배정하고 있다. 리플렉스 포트를 뒤쪽으로 낸 디자인만 보아도 대략 이 제품이 어떤 소리를 내는 지 짐작이 가게 한다. 티볼리의 경우 제품의 바닥쪽으로 포트를 내서 마치 혼 레조네이팅(horn resonating) 효과와 같은 의도적인 베이스 부스팅을 추구한 데 비해, 더 플러스 라디오의 경우는 양감을 확장시키지 않고 저왜곡과 해상도에 중점을 두어 제작했다. 대신 베이스의 확장을 위한 방식으로서 전면 패널의 한도내에서 최대구경의 콘을 사용해서 유닛을 구성했으며 전후간 진폭확장을 위해 롱 스로우(long throw) 드라이버를 장착하고 있다. 앰프 또한 이 확장된 유닛을 파워풀하게 드라이브할 수 있도록 하이파이 앰프 등급의 트랜스포머를 사용해서 파워서플라이를 구성했다. 이런 어쿠스틱의 구현을 위해 캐비닛 외벽을 적층으로 제작해서 견고한 인클로저를 달성했다.

 

레이아웃 & 디자인

본 제품은 티볼리와 거의 동일한 사이즈로 제조되어 있는데 비해서 전면패널의 70% 정도를 스피커에 배정하고 있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티볼리의 경우 중앙에 세로 배치한 두 개의 노브를 중심으로 스피커와 수신 다이얼을 좌우대칭으로 구성했던 것에 비해서 ‘이 제품은 소리와 선곡을 하는 것’이란 메시지가 분명해서 기능적, 디자인적으로 의식적인 차별화를 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티볼리의 경우 노브와 선곡 다이얼의 모서리가 라운딩처리된 것에 비해 본 제품은 반듯반듯하게 직선으로 일관되어 있다.

 

인클로저의 모서리를 모두 곡면처리한 것은 전면패널의 분위기를 적절히 연장시킨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특히 패널의 두께를 슬림하게 처리해서 곡면처리한 외곽의 유려함이 선명하게 잘 드러난다. 본 제품의 디자인에는 특별함이 있다. 영국회사가 설계했지만 이탈리아의 전문팀이 디자인했으며 디자이너는 스웨덴 사람이다. 특히 디자이너 알렉산더 오네브링크(Alexander Åhnebrink)는 가구 및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명성을 쌓은 인물로서 폴 스미스 및 JVC, 삼성과 같은 파트너들과의 컬레보레이션 히스토리를 갖고 있는 전문가이다. 이에 따라 또렷한 기조의 이면에 몇 가지 서로 다른 스타일이 공존 혹은 퓨전되어 있다. 예를 들면 사운드와 이와 관련된 메커니즘은 영국식이고, 전면패널은 에스프레소 머신의 한 부분을 연상시킬 만큼 이탈리아적이며, 마감과 색조 등의 전반적인 제품이미지는 스칸디나비아 가구의 축소판처럼 보인다. 

 

그런 점을 감안해 볼 때, 이 제품은 성비로 본다면 여자 사용자들의 눈에 더 잘 띄지 않을까 싶다. 특히 음악을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복잡하게 자리를 차지하는 비싼 기기들을 아쉬워하지 않을 수 있을 만한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이며, 이 제품은 청각적으로나 시각적으로 충분히 화답을 할 것이다. 월넛 톤의 우드마감 이외에도 화이트, 블랙, 그레이 총 네 가지 색상을 선택할 수 있어서 다양한 공간에 어필한다.

 

친환경 소재

어느 단계까지일 지 모르겠지만, 더 플라스 라디오는 재활용할 수 있는 소재로 제작되어있다. 내부에 일부 금속소재를 제외한다면 애초부터 그런 친환경 컨셉을 지향해서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알려진 바, 소재의 재활용이나 친환경 소재의 의미는 크다. 특히 플라스틱은 성형이 쉽고 대량생산에 유리해서 최근까지도 특별한 규제없이 과도한 물량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식있는 정책에 따라 사용량을 줄이거나 생분해할 수 있다면 최소한 지구의 온도상승 정도는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제조사 스스로는 원재료비를 절감할 수도 있다. 태평양 한가운데 떠있는 버려진 라디오를 발견하는 일은 사람이건 짐승이건 그리 좋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라디오는 '인간적'인 것

일전에도 언급한 기억이 있지만, 인간에게는 아직 과정이 주는 행복이 세세히 설명할 수 없을 만큼 크게 자리잡고 있다. 먹지 않고 배부르게 된다거나, 경로를 생략해서 목적지에 도착하는 여행 등은 여전히 인간이 원치않던 전도된 편리함일 것이다.

 

인터넷 라디오의 시대이고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편리하고 스마트하게 편집해서 듣는 시절이 되었지만 인간이 직접 움직여서 조잘대며 진행하는 음악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일이 인간을 행복하게 한다는 사실은 아이러니이다. 인간 스스로의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못하며 아직 그 오랜 라디오시절에서 벗어날 만큼 충분히 진화하지 못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대사를 까먹거나 노래 제목을 잘못 읽어서 진행자의 흉을 보게 되더라도 묘한 희열이 있는 게 라디오이다. 그렇지 않다면 일개 라디오 프로그램이 25년 넘게 장수할 일도 없고, 철이 바뀔 때마다 적당한 진행자를 찾아다니지도 않을 것이다. 요컨대 라디오는 인간적이라서 매력이 있다.

 

더 플라스 라디오는 음악적으로 명쾌하고 섬세하며, 지나치다 문득 시야에 들어오면 유쾌한 기분을 만들어 주는 제품이다. 오디오파일의 전유물이 아니라 가족이 공유할 수 있는 유니버설 컨셉의 뮤직플레이어며, 아날로그와 디지털, 스피커와 헤드폰이 공존하는 버라이어티를 담고 있다. 음향기기 전문가와 베테랑 디자이너의 제휴로 만들어진 응집력있는 제품이지만 대출을 받을 만큼 비장한 대상도 아니다. 그래서 ‘음악은 즐기는 것’을 환기시켜 줄 것이다.

 

아침에 클래식 프로그램으로 잠을 깨우고, 점심 시간에 새로 나온 음반소식을 들으며, 늦은 밤 그윽한 목소리의 진행자에 취해 잠이 들다보면 인생은 잠시 즐거워지지 않을까 싶다. 눈이 가득 내린 이른 아침 창밖으로 바하의 모텟을, 동장군의 기세가 꺾인 달빛 창가에서 불을 끈 채로 녹색 빛 붉은 빛 쇼팽의 야상곡을 들어보자. 인생 뭐 있나? 가 절로 나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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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폴리그램, EMI, 소니뮤직, 유니버설 뮤직에서 마케팅 매니저로 일했으며
    월간 스테레오뮤직 편집장을 지냈다.
    온/오프라인 매체에 20년째 음향기기 평론가로 활동중이지만
    본업은 IT 주변기기 수출을 하는 무역업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