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오디오소개

  • 오됴일기② 부자간 화친을 도모해준 케이블 입수기
  • 노루골오도팔2017-05-08 17:41:15조회 378추천수 3댓글 24


  • 황금연휴에 노루골오도팔 씨가 한 짓

    나그네는 길에서 쉬지 않듯 오도팔들은 연휴에도 쉬지 않는다.
    5월5일 어린이날 오전...까톡까톡...까치울음마냥 카톡음이 연신 울린다. 예전 어른들은 오전에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소식이 오고 오후에 울면 안 좋은 소식이 온다 하셨다. 말씀대로라면 길조?


    오도팔들의 단톡방에 사발통지문이 하나 떴다. 모 장터에 뜬 킴버 오키드(Orchid) AES/EBU 케이블 판매글이 화면째 캡처해 올려져 있다.


    이런 식이다. 서로서로 장터를 들여다보다가 우리 중 누군가 찾고 있는 물건 혹은 가성비 ‘짱’인 검증된 제품, 또는 숨어 있는 보석 같은,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할 기기들이 올라오면 즉각 알린다. 자기가 필요하면 당근 먼저 연락을 취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놓치기 아까운 ‘급’들은 가급적 우리 주변 누군가가 확보하길 바란다. 한번 놓치면 다시 구하기 힘든 바닥이니 눈에 띌 때 일단 어장에 가둬놓고 보자는 거다. 일절 다른 말은 안한다. 이 한마디 외엔....

    “이거...우리 중에 누군가는 꼭 사야돼...”

    이쯤되면 권유를 가장한 사악한 유혹이자 선동이요 획책에 가까운 고급 뽐뿌가 아닐 수 없다. 동화책에도 다 나와 있잖은가. 대놓고 강풍을 ‘쌔리대는’ 것보다 햇볕정책이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 데 상책이라고. ㅡ.ㅡ;;

     

    애어른도 어린이? 어린이날의 초강력 뽐뿌 


    이렇게 어린이날에 건사할 어린이도 없는 중년에게 주머니를 터는 초강력 뽐뿌가 들어왔다.
    Lumin D1 네트웍플레이를 Bnc-Rca 동축케이블로 Wdac3에 연결해 들으면서 칸 CDT 쪽은 AES/EBU 모듈을 하나 더 장착하게 되었고, 이를 지켜본 마귀들이 가만 둘 리 없다. 마다하고 외면하면 보쌈이라도 해서 대령할 인간들이다.
     

    그렇지만 참았다. 허벅지 대못으로 푹푹 찔러가며 긴긴 어린이날 낮과 밤을 견디었다. 이런 주문과 자기암시를 연신 해대며...

    펭귄(내 오디오 선생인 조**) 사마한테 빌린 이 AES/EBU 케이블로도 충분히 들을만한 소리다. 잘 생각하그라. 뱁새가 황새 좇다간 가랑이 째지는 법. 마~, 업글 이만하믄 되얏다...니 주제에 근자 넘 마이 무긋다 아이가.
    으막을 들어야제 으막! 기기 바꿔봤자 딱 이틀뿐인기라. 바꿔봤자 맨날 한두 곡 갖고 이거 꼈다 저거 꼈다 종일 그 짓거리 하다 말거면서...오됴가 워디 파블로프 개 학습도 아니고 허구한날 동행반복 짓거리를...깨작깨작 벨거 아인거 같아도 가랑비에 옷 젖는다. 기를 쓰고 마이너스통장 바닥 확인하려다가 마나님 손에 골로 가는 수가 있다. 그 골은 오르골 소리 들을 수 있는 골이 아니랑게 그러네...

     

    그려...이제쯤이면 나두 가문을 위해 열녀문 하나쯤 세울 때도 되얏제. 어린이날 그날은 이렇듯 참아야 하느니라를 외고 또 외며 천일야(화)마냥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다음날은 결혼기념일. 제아무리 철없는 오도팔 씨라 해도 이런 날만큼은 ‘오디오 보기를 돌 같이 하라’는 최장군님의 어록을 정수리에 현수막 써걸고 사는...정도의 분수와 센스는 있다. 일테면 동물적인 생존감각이렷다.
     

    이래저래 고약(?)한 날이다. 역대 최악의 미세먼지와 황사로 바깥나들이를 자제하라는 주의보 문자가 날아와 내심 환호작약했건만...사막의 모래바람 속을 뚫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낙타 못지않게 폐활량이 좋은 노루골 마나님, 아랑곳 않고 댓바람부터 씩씩하게 남편 앞세워 문을 나선다. 목적지는 이천 도자기축제장. 한시라도 일찍 가야 싸고 좋은 자기그릇을 확보할 수 있다신다. 어차피 결혼기념일 꼬박꼬박 챙긴 화상도 아니고 마땅히 봐둔 곳도 없던 차, 겁먹은 망아지마냥 마나님 곁을 따랐다.

    민 D1 네트웍플레이어를 들이면서 웨이버사 Wdac3와 연결할 Bnc-RCA 동축케이블과 AES/EBU 디지털케이블이 더 필요해졌다. 


    케이블값 하나면 당신의 아내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처음 가보는 도자기축제였다. 막상 가보니 샘나는 자기가 많다. 하긴, 오됴나 자기(瓷器)나 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인겨. 울 엄니들 전통시장에서 10원, 20원 콩나물값 깎듯 여기 기웃 저기 기웃 발품 팔며 산 그릇 보따리가 서너 뭉치다. 깨질세라 강보에 싼 아기마냥 포장 부피가 제법인 데다 도기 본래의 무게가 있어 두 꾸러미씩 든 양쪽 어깨가 탈골되는 줄 알았다. 그래봤자 그릇은 몇 개 안된다.

    -음...이쪽 세계도 가격이 결코 장난이 아니군....
    무심코 요 말 했다가 한소리 먹었다.
    “에구~ 그러셔용? 뭐 오됴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란 생각은 안들구?”


    당신 눈에는 새발의 피일지도 모르지만, 노루골 오됴기기들이야말로 다른 친구들 그레이드에 견주면 새발톱에 살짝 칠한 매니큐어 정도밖에 안되거늘...삐질삐질 양손에 도기 보따리를 들고 주차장 오르막길을 오르며 피똥 싸는 심정으로 속으로만 항변한다. 마구마구 미세먼지를 폭풍흡입하며...
     

    그렇지만 벼룩도 낯짝이 있다 했다. 마당쇠마냥(쩝, 변강쇠였으면 좀더 대접 받으며 살았을낀데...) 마나님 뒤를 따르며 가만 생각해 보니...하긴 오늘 산 자기그릇 모두 해봐야 킴버 오키드 케이블 값 하나 정도다. 가난한 살림을 꾸려가는 마나님 입장에서 마약처럼 자기 취미에 빠져 무감각하게 질러대는 남편이 얼마나 한심했을까.

    -그래, 세상 없어도 이번은 참는거야. AES/EBU 케이블 하나 안 지르고 마나님 결혼기념일 선물한 셈 치자.

    이렇게 생각하니 돌연 가슴이 뽀돗해지고 팔뚝에 ‘참 잘했어요!’ 푸른도장 하나 받은 기분이었다. 그래그래, 이제부터는 자중하고 매년 이렇게 도자기축제에 한번씩 나와 마나님 식기를 업그레이드해 주는 거야. 까이꺼~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오도팔은 누구나 신포도 아래 여우가 된다


    이렇게 이틀을 보냈다. 용케. 그리고 사흘째 아침이 밝았다. 사상 최고의 황금연휴가 이틀 더 남아있었기에 충분히 늦잠을 즐겨도 좋을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른아침 눈이 번쩍 떠지는 것이었다. 저절로...뭐랄까, 이 상황. 영화 시네마천국에서 남주 살바토레가 첫사랑 엘레나를 평생 잊지 못해 평생 가슴에 담고 살아온 것처럼 의도적으로 외면하려 들수록 더 지워지지 않는 거였다. 사지 않겠다고 작심했고 장터에 오른 지 이미 이틀이나 지났거니와 게다가 나오기 무섭게 팔리는 인기품목이라 판매되고도 남았을 터이건만 은연중 신경세포가 자꾸만 뒤척거렸다.
    “팔렸것지...팔렸을 거여...”


    그러다 어느 순간 신포도 나무 아래를 서성대는 여우가 돼 있다. 그래, 이 미련을 끊기 위해서라도 문자 한번 보내보자. 어차피 팔렸을 터, 나하곤 인연이 없는겨. 만에 하나 팔리지 않았다면 그땐 인연인 게지. 신의 계시라 생각할 수밖에...

    판매자 전번을 검색하니 얼라? 근방 수원에 사시는 분이다. 예전 케이블을 한번 거래한 인연이 있는 양반이었다. 해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라는 점도 한몫 거들었다. 지역이 멀었으면 절대~ 절대루 욕심 부리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냥 물어나 보자는 심정으로...
     

    - 안녕하세요. 뒤늦게 장터 보고 연락드립니다. 판매되었겠죠?


    그런데 이를 어째? 오마나 육마나...믿기지 않는 답신이...
    “아직 남아있습니다만 ^^”
     

    긴 연휴에 택배사가 쉬는 바람에 여즉 판매되지 않은 거였다. 연휴 끝날 때까지 판매되지 않으면 사겠다는 분이 있다는 말에 마음이 더 급했다. 이후는 정말이지 신의 계시에 따라 운명처럼 움직였다. 댓바람부터 눈꼽세수만 하고 머리도 감지 않은 더깨머리인 채 차키를 들고 휘리릭 현관을 나서는 남편의 자세는...흡사 광야에서 목소리를 듣고 돌아온 그 분 같이 어제와 오늘이 달라 보였을 테다.
     

    이런 아비의 모습을 본 장남이 제 엄마한테 물었단다.

    “팔러가신겨, 아님 사러가신겨?”
    "팔러가면 절케 용변 급한 강아지마냥 부리나케 나가시것냐?”


                                                            킴버 오키드(Orchid) AES/EBU 케이블 



    부자간 화친을 도모해준 케이블


    판매자분 아파트 놀이터에서 접선하여 장물아비마냥 은밀하게 주고받은 뒤 잠시 오됴이야기를 나누다 한참 만에 노루골로 돌아온 아비의 득의만면한 표정과 전리품처럼 손에 든 쪼맨한 박스를 본 장남.

    “그게 케블? 그건 얼마에요?”

    요러더니...00만냥이라니깐 아주 어이없고 한심한 눈으로 지 아비를 쳐다보는데... ㅠㅠ

    니가 오됴 맛을 알어?
    해서 오됴룸에 딱 불러 앉혀놓고 비청을 시작했다. 왜 이 아빠가 이런 거룩한 행동을 하시느냐...그 이유를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 아비된 자로 세상에 편견보다 극심한 ‘적폐’는 없노라 손수 일러줄 의무가 있지 아니한가. 스윗스팟(Sweet Spot) 포인트를 아들에게 양보한 뒤 일단 기존 케이블로 음악을 들려준 뒤 바꾸어 걸었다.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장터에 잘 나오지도 않을뿐더러 나오는 족족 사라지는 이유가 있는 소리였다. 막상 들어본 아들놈이 제 어미와 달리 ‘사나이답게’ 인정할 건 깨끗이 인정한다.
     

    “음...다르긴 다르구나...”

    -글치? 글치? 이러니 아빠가 어찌 아니....

    “근데 아빠...몇 백만원, 천만원짜리 케이블도 있다며? 그런 것들은 이보다 소리가 훨씬 더 좋겠네?”

    -말하면 뭐해 입만 아프지...

    “그럼 그런 것들 함 걸어봐요...”

    -돈 없는 아빠는 그 정도까지는 능력이 안되고 주제를 알아서 소박하게 이 정도만 하는겨...자기 분수를 잘 지키며 하는 취미생활...너도 이런 점을 배워야하는겨...

    장단을 맞춰준 자식놈에게 신이 난 아비, ‘한걸음 더 들어가’(손석희 앵커 18번 멘트) 이 케이블을 걸었을 땐 뒷배경이 어떻고 중고역 날이 어떻고 배음과 저역양감이 어쩌니저쩌니 게거품을 물기 시작하자 요따우로 딱 커트하고 나선다.

    "아빠보다 내가 귀가 더 좋거덩!"

    절대음감을 타고나 중학교 때까지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하며 딴에는 청소년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한 녀석이라 뭐 딱히 반박할 말은 없다. 쩝...인정할 건 깨끗이 인정해야지. 언제 왔는지 빼꼼히 이 모습을 지켜보던 마나님 왈. "헐...두 부자가 어인 일로 오늘 일케 다정하시나...."


      아이들 성화에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 이 중 한 녀석(샤샤)가 올봄 새끼 4마리를 낳았다. 두 아들녀석은 제 아비는 이웃마을 독거노인 보듯하지만 고양이들에겐 지극정성이다. 짐승도 제 새끼를 알고 제 어미아비를 알거늘...자식놈들 아무리 키워놔봐야 소용없단 어른들의 말, 괜한 말이 아닌 듯싶다. 차제에 오디오에 더 정성을 기울이는 게 나을 성싶다. ^^;;

     

    기대할 걸 기대해야지...씁쓸한 어버이날 ^^;;

     

    오늘은 5월8일, 어버이날이다. 며칠전 작은놈 픽업해 오는 길에 물은 적이 있다. 평소 하도 무심한 자식놈들이라 사전 세뇌와 각인을 시킬 속셈으로 단문답을 했다가 되레 복장 뒤집어진 바 있다.

    -5월5일은 무슨 날이냐?

    “...어린이날...”

    -그럼 5월6일은...?

    “헐...질문의 목적이 뭐예요?...엄마아빠 결혼기념일이잖아....”

    -그 다음날은?

    “...5월7일?...암날도 아닌 거 같은데...”

    -좋아 패쓰. 그럼 그 다음날, 5월8일은?

    “...또 뭔 장난을 치시려고...뭔 날은 뭔 날이여...암날도 아니지...”

    -진짜? 진짜 뭔 날인지 몰라?

    “...그날 뭔 날이에요?...아빠 생일도 지났고 결혼기념일도 지났겠다...뭔 날이긴 한 거 같은데 뭐지...이 서늘한 기분...”


    오늘은 5월8일, 마침내 어버이날을 맞았다. 딸 둘 가진 집은 금메달이고 아들놈 둘만 있는 집은 목메달이라는 말 딱 맞다. 이 시간까지, 아직 그 흔한 카네이션 하나 받지 못했다. 에고...저것들이 언제 취직하고 돈벌어서 어버이날 같은 날 오됴선물 이런 걸 사줄까나. 애저녁에 다 글러버린 거 같다. 노루골 오도팔 씨의 푸념에 마나님이 한마디 하신다.

    “흥, 기대할 걸 기대해야지! 본인은 이 긴긴 연휴, 시골 어머님께 한번 다녀올 생각도 않더니 장터거래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번개같이 하더만...자고로 콩심은 데 콩나고 팥심은 데 팥나는 법이여...”

    ○● 노루골오도팔 씨의 오됴일기③ 오됴따라지의 고해성사 ☜ 다음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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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봤자 오디오! 그래도 오디오!
    이젠 골짜기라 할 수 없게 된, 노루골이라는 곳에서 서식하며 음악을 즐기는 오도팔(誤道八). 십수년 (오)디오질을 했음에도, 수준이 도개걸윷모의 윷판에서 (도)마냥 여전히 생초보 단계에 머문 채, 오디오이야기를 할 때마다 마나님어록을 약방의 감초처럼 소개하는 걸 즐기는 (팔)불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