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오디오소개

  • 오됴일기③ 오됴따라지의 고해성사
  • 노루골오도팔2017-05-17 20:34:37조회 296추천수 7댓글 22
  • “빌어먹을 힘만 있어도 주님의 은총입니다.”라는 말이 있지요.

    그렇다면 패러디한 어록 같긴 하지만 이런 말 들어보셨나요?
    “저녁밥 먹을 힘만 있어도 오디오질 하라!”

    요 말은 제 오디오 친구이자 제주도 ‘하스’ 지부장을 자처하는 네버섬머 님의 어록입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포기할 생각 말고 오됴질 해야한다는 신념을 가진 양반입니다.

    제 주변엔 못말리는 친구가 또 있습니다. 여즉 장개도 마다한 채 득음정진에 여념이 없으나 제가 보기엔 대표적인 막귀(?)로서 설령 나중 열반에 들어 다비식을 해도 사리는커녕 '삐다마' 한개라도 나올 거 같진 않지만서도...툭하면 ‘오디오헌장’을 밥먹듯 외워 보인 친구죠.

    초등 3학년 때 이 국민교육헌장을 외지 못하면 뚜디리 맞으면서 선생님 앞에서 외울 때까지 귀가할 수 없었던 ‘궁민’핵교 시절이 있었죠. 나원 참...초딩 3학년이면 열살 코흘리개 얼라인데, ‘민족 중흥’이 뭔 뜻인지 ‘인류 공영’이 뭔 말인지 ‘지표’ ‘약진’ 따위의 단어가 뉘집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린지 알 길 요원한 나이 아니것슈.

    하여간 이 악몽 같은 국민교육헌장의 핵심 단어를 ‘오됴’로 대치하면...어쩌면 이렇듯 더할나위없이 ‘오디오 헌장’과 딱 맞아떨어지는지...이 헌장은 일찍이 ‘하스’ 미국 지부장을 자처하는 skywalker(제가 ‘붐붐’ 아우라 부르는) 님이 주기도문 외듯 줄창 입에 달고 살았드랬죠.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오디오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조상의(동서고금의 선구자, 선배격 오도팔들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자주독립의 자세를 확립하고(집안에서 마나님으로부터 자주독립의 자세를 견지하고), 밖으로 인류 공영에 이바지할 때다. 이에, 우리의 나아갈 바를 밝혀 교육의(오디오질의) 지표로 삼는다. 성실한 마음과 튼튼한 몸으로, (오디오) 학문과 기술을 배우고 익히며,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덕후질과 바꿈질 등)을 계발하고, 우리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창조의 힘과 개척의 정신을 기른다.”

    그렇습니다. 제가 다소 장황하게 늘어놓은 서두의 요점은 이것!

    ‘빌어먹을 힘만 있어도’...‘역사적 사명’과도 같이 우리는 ‘중단 없는’ 오됴질을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한때 말입니다...
    이러한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타고난 소질을 쭈욱 계발하지 못하고 중도포기한 흑역사가 제겐 있습니다. 주변에 이렇듯 은혜의 말씀을 수시로 전하며 인도하던 뿜뿌마귀, 사탄바왕들이 절간 문턱에 눈을 부릅뜨고 떡허니 지키고 있는 사천왕처럼 넘쳐났어도 한순간 오됴가 심드렁해진 때가 있었지요. 급기야 어느 한날 기기들을 몽땅 정리하고 오됴계의 연을 끊은 적이 있습니다. 스스로 노루골에 칩거하여 음풍농월(吟風弄月)한 세월이었습니다.

    제 오디오력 1기는 과거에 옆집 ‘하’씨 문패를 단 사이트에서 이미 주절주절 늘어놓은 바 있으니 생략합니다. 그렇긴 해도 오됴질에서 최고의, 최후의 뽐뿌는 ‘집 뽐뿌’라고 하니 언젠가, 차후에라도 도시 아파트에서 오됴질을 일삼다가 어찌하여, 어떡하다 지금의 노루골에 집을 짓고 나앉게 되었는지 대략 추려서 한번 더 써보기로 하고-.

    여기선 오됴를 접었다가 다시 시작하게 된 2기 이바구를 좀 풀어볼까 합니다. 시시껄렁하고 별 재미도 없는 이야기일 테지만 혹 PC-Fi를 시작하려는 동지, 혹은 피씨파이를 하고는 있으나 걸음마 수준에 머문 동지들에게 제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여 썰을 풀어봅니다. 제 오디오력 2기는 ‘겁도 없이’ 피씨파이로 곧장 시작했으니까요.


    2006년 봄 오디오를 정리할 때 마지막으로 쓴 스피커는 피델리오였다.

    모든 게 마음먹기 달렸다?

    2006년 초 큰일을 겪었습니다. 비록 승승장구(乘勝長驅)한 인생은 아닐지언정 탄탄대로를 걷던 제 인생에 변곡점이 될만한 일을 당했고, 그 길로 꽤 오랫동안 현실을 수긍 못한 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곤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다들 이 기회에 음악이나 열심히 들으라 조언했지만 소리가 심중에 들어오지 않으니 음악인들 귀에 들어올 리 만무. 그렇게나 날새는 줄 몰랐던 오디오조차 눈밖이더군요.

    그때 알았습니다. 세상만사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란 것을...모든 게 마음먹기에 따른 거라는 걸.
    이 얘기를 구구절절히 하자면 또 가슴이 아파질 것이므로 패쓰....^^;;

    하여간 그때 미련없이 오디오를 싸그리 정리했습니다. 한번 마음이 그리 가니 생살을 베어내는 아픔이라거나 애간장 끊는 따위의 아쉬움 같은 것도 못 느끼겠더군요. 지금 생각하면 이산가족보다 더할 상황 같은데 말입니다. ^^;; 그리고 7년, 무려 7년이나 무소유로 지냈습니다.

     

    비워야 채운다.

    무소유의 소유.

     

    그렇더군요. 오디오를 버리니 소리 탐을 하지 않게 되고, 자연 음악을 듣게 되더이다. 그 기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도 땅바닥에 엎지른 쌀톨을 하나하나 줍듯 귀하게 듣게 되고, 한번이라도 더 연주회장에 가게 되더군요. 오됴질을 할 땐 기기 업글 욕심이 우선하여 연주회 티켓을 끊을 때마다 갈등에 휩싸이곤 했었지요.


    비로소 알았습니다. 가진 자의 사치쯤으로 여겼던 말....어마무시한 기기를 리스닝룸에 떡허니 모셔놓고서도 어찌하여 오됴고수들께옵서 예전 세운상가에 빽판을 사러갔다 돌아오다 버스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 소리에 더 감동하고 눈물 흘렸다는 소리들을 하는지....왜 고승들이 면벽수도(面壁修道)를 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그려...득음(得音)의 경지가 별거여? 기기가 무엇이건 좋아하는 음악 좋게 들으면 그뿐. 연애시절 마나님의 가죽피리 소리조차 천상의 소리로 들리지 않았던가. 일체유심조여 유심조...


    솔직히, 입에 침을 바르고 하는 거짓말은 아닌데...그 길로 다시는 오됴질을 안하려고 마음먹었더랬습니다. 오됴질을 할 때는 이성으로는 뻔히 잘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진짜로 어인 영문인지 절로 몸이 자동으로 질러댄 탓에 놓쳤던 많은 것들이...그 여파로 4대강 녹조라떼마냥 ‘적폐(積弊)’돼 있던 것들이 정수되듯, 새살 돋듯 되살아났기 때문입니다. 특히 가정적으로...부부간 금슬적으로도요. ㅡ,ㅡ;; 이렇게 첫사랑과 완전히 절연하고, 그때까지 고이 간직했던 그녀의 연애편지를 벼랑 끝에서 종이비행기 접어 멀리멀리...훠이훠이 날려보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연을 가장한 채 다가오는 필연

    7년이 흐른 2013년 초 어느날 저녁, 퇴근길에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른 날이었습니다. 이날 겨울 끝자락을 부여잡는 눈발이 날렸던가, 때아닌 청승비가 비쳤던가. 여하간 우연을 가장한 채 다가오는 것이 필연이라고 했던가요. 이날 따라 매장에 가득 울려퍼지는 곡 하나가 제 귀를 자석처럼 끌어당겼습니다.

    바로 이 음반!
    슈투트가르트 체임버 오케스트라(THE STUTTGART CHAMBER ORCHESTRA)가 연주하는 바흐의 푸가의 기법(The Art of Fugue)이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제작사 : 굿인터내셔널 / 레이블 : MONO POLY

    이 음반을 제작한 국내 레이블사가 특가세일을 하고 있는지 음반매장인 핫트랙스도 아닌 서점 한켠에 임시로 마련한 오픈매대에서 좌판을 펼치고 있었는데, 들려주는 스피커는 변변한 스탠드도 없이 매대 위에 덩그라니 올려놓은 그저 쬐그만 북셀프 소리통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할까요? 바이올린과 첼로, 비올라며 콘트라베이스 현의 울림이 제 가슴으로 걷잡을 수 없이 스며들어와선 현기증이 나도록 울리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온통 공명을 일으키는 소리통이 된 듯 가슴 뛰는 현상. 너무나 아련하고 아득하여 하마터면 선 채 지릴 뻔하였습니다. ㅡ,,ㅡ;;


    그 순간, 절절히...너무나도 간절히 오디오를 다시 하고 싶어졌습니다. 결단코 첫사랑과 결별했다고 생각했는데, 잊었노라고 믿었는데...그리움이 물컹 용솟음치는 겝니다. 아...그때를 생각하며 이 글을 쓰다보니 지랄맞게도 울컥해지네요. 이 대목에서 김광석 형님의 ‘잊어야한다는 마음으로’ 한곡 듣고 갑니다. 간절히 잊고 싶었으나 끝내 잊지 못했으므로. 잊지 못한 그대를 위해.



    남아일언중천금....그래도 참아야하느니....랄 것이 있겠습니까. 명사십리 해당화야 명년 삼월에 봄이 오면 너는 다시 피련만 우리 인생 한번가면 다시 오기 어려워라, 빈손으로 나왔다가 빈손들고 가는 인생...까이꺼~! 인생 뭐 별건가요? 세상에 유보할 행복이 어딨겠습니까. 이왕 먹고살자고 태어난 인생, 누에는 뽕잎을 먹고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더 건강하고 튼튼하게 사는 법. 물들어올 때 노저으라 했습니다.


    가만 제 처지와 형편을 복기해 봅니다.

    재수하는 큰녀석이 대학에 들어가고 뒤이어 작은녀석도 그 뒤를 이을 터. 등록금이다 뭐다, 곧 노후자금 걱정도 태산으로 떠안을 연령대입니다. 이 문턱을 넘으면 오디오고 뭐고 다시는 꿈도 꾸지 못할 처지로 곤두박질치는 겁니다. 루비콘 강을 앞에 둔 나이라 생각하니 지금, 이 시점 오디오를 다시 시작하지 않았다가는 두 번 다시 할 수 없겠다는 불길한 예감이 불길처럼 엄습해 왔습니다.


    귀가하여 이런 내 마음을 마나님께 조심스레, 진심으로 털어놓았습니다.
    이젠 이부자리 송사로 답을 얻어낼 나이가 아니므로(믿거나 말거나...소싯적엔 동해안 백사장에서 태평양을 향해 소방호스에서 세차게 뿜어대는 물줄기마냥 ‘줌빨’ 좋아 변강쇠 소리를 듣던 저였지만...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뒤에 '강쇠' 두 글자를 뺀 X만 잘 누는 인간으로 전락해버린 탓에) ‘오늘 샤워할까?’ 신공은 언감생심이고 대신 ‘와인 한잔 어때?’ 신공으로 접근합니다.

    조용히 듣기만 하던 마나님...그런데 의외로 오케이 사인을 냅니다. 저로선 첫사랑 고백할 때처럼 쉬운 고백이 아니었건만
    “...그랬구나...그럼 그러지 뭐...”
    딱 이 한마디로 선선히 동의하고 나선 마나님의 결정이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대신 [노루골오도팔 씨의 오됴일기①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는겨?] 편 서두에서 밝혔듯 마나님이 요구한 건 딱 두가지였습니다.

    1. 기기 바꿈질은 않겠다.
    2. 예전처럼 오됴 인간들과 들개떼마냥 무리지어 밤낮 없이 들락거리지 않겠다.


    날짜도 생생합니다. 2013년 4월 30일...노루골에 봄꽃이 막 피기 시작하던 무렵,
    7년 만에 오디오를 재개하면서 참으로 감개무량하여 이렇게 촛불잔치도 벌였다.


    최근 제주도를 여행하면서 분위기 좋을 때 물어봤습니다. 그때 오됴 다시 하는 걸 탐탁하게 여기지 않을 줄 알았는데 어찌하여 순순히 응했는지 궁금했었거든요. 마나님 2인칭으로 적습니다.
     

    “새삼 그 대답이 듣고 싶다 하시니 그럼 솔직하게 말씀드려 볼까요? 당신이 그때 지금 이 시기에 오디오 재개 못하면 이러저러한 이유로 다시는 할 기회가 없을 거 같다. 그러하므로 꼭 다시 하고 싶다. 이런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하얘지면서 아...당신은 이런 사람이었구나...내가 이런 사람과 살았구나...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어. 그게 다야.” 

    ㅠㅠ

    한마디로...가족을 부양할 책임감 같은 건 전혀 없고 오직 자기 하고 싶은 것 하고 살겠다는 철딱서니 없는 레베르의 인간에게 더 이상 뭘 기대하리오. 간절히 하겠다는 걸 막아봐야 나중 남탓만 늘어놓을 위인이 뻔할시, 그럼 어디 한번 원없이 해보시던가....뭐 이런 말이었습니다.

    괜히 물었다 싶었습니다만...그렇지만 전 압니다. 마나님이 이렇게 시니컬하게 답했어도 속마음은 전혀 딴판이란 것을요. 왜냐구요? 오디오 없이 지내던 7년, 사냥개에 꽁지 뜯긴 채 대가리만 풀숲에 처박은 장끼마냥 뭔가 위축되고 생기 없이 살아온 남편을 보았기 때문이지요. 그랬기에 바로 우리집에서 가장 큰 ‘안방’을 내준 것이라고 믿숩니다! 아아~멘!


    (글이 길어져 여기서 일단 ‘절단 신공’을 구사합니다. 정작 본론엔 들어가지도 못하고 변죽만 울렸네요.  다음편은 '물들어올 때 노저은' 이바구로 꾸릴까 합니다만....뭐...재미없는, 별것도 없는 일개 오됴따라지의 자서전 같은 글을 저만 신났다고 올리는 듯하여....걍 멈출까 어쩔까 갈등하고 있답니다. 뭐 원고료 생기지도 않는 글, 저 좋아서 죽어라 써 올려본들 신생 사이트니 조회수야 기대하지 않는다쳐두 추천도 별루 못받고...그러니 쓸맛도 별루 안나구...우야둥둥 미꾸라지마냥 게시판을 혼탁하게 했다면 용서하소서. 오늘 제목이 ‘고해성사’니까요....^^;;) 

    ○● 노루골오도팔 씨의 오됴일기④ 뽐뿌맨과 팔랑귀 ☜ 다음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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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봤자 오디오! 그래도 오디오!
    이젠 골짜기라 할 수 없게 된, 노루골이라는 곳에서 서식하며 음악을 즐기는 오도팔(誤道八). 십수년 (오)디오질을 했음에도, 수준이 도개걸윷모의 윷판에서 (도)마냥 여전히 생초보 단계에 머문 채, 오디오이야기를 할 때마다 마나님어록을 약방의 감초처럼 소개하는 걸 즐기는 (팔)불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