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오디오소개

  • 오됴일기⑤ PC-FI가 그대를 속일지라도
  • 노루골오도팔2017-06-06 15:17:32조회 316추천수 5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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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공감각 능력을 키우다

     

    인물사진의 거장 유섭 카쉬(Yousuf Karsh)가 ‘위대한 첼리스트’ 카잘스(Pablo Casals)를 압축해 찍은 이 한 장의 사진은, 특이하게도 연주하고 있는 카잘스의 뒷모습이다.

     

    카쉬가 찍은 인물사진으로는 유일하게 뒷모습을 담은 작품이라고 한다. 당시 카잘스의 연주를 듣고 전율을 느낀 카쉬는 “그 상황을 이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사진에는 다음과 같은 에피소드가 따라다닌다.

    보스톤의 박물관에 이 사진이 전시되었을 때 한 노신사가 매일 이 작품 앞에서 아무 말 없이 종일 그렇게 지켜만 보다가 가곤 하였다는 것이다. 하루는 궁금증을 참지 못한 박물관 여직원이 조용히 다가가 사연을 물었더니 검지를 입술에 갖다대며 이러더라고.

     

    “쉿, 조용히 하시게. 내가 지금 음악을 듣고 있는 게 안 보이는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 상상력이다.

    색 냄새 소리를 보거나 맡거나 들을 수 없는 이미지에서 이러한 것들을 느끼는 것, 공감각 능력이다.

     

    제아무리 왕궁의 뜰에 핀 화사한 장미라 한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듯, 오디오가 그렇다. 닦고 기름치고 조여주어야 할 기계보다는 윗길의 대접을 받는 호사품이긴 하나, 내가 케이블을 연결하고 전기를 멕이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무생물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플레이 해주었을 때라야, 그는 나에게로 와서 소리를 내는 오디오가 된다.

     

    그런데 이 단계 이전에, 한단계 직전에 오디오파일(Audiophile)...오됴파일...상상력과 공감각 능력을 시전(始展, 施展)하는 오도팔들이 있다. 세팅을 하고 스위치를 ‘온(On)'하기 전...그 막간의 시간. 혹은 매일 저녁 퇴근해선 병마용처럼 늠름하게 내 앞에 도열한 스피커와 앰프 기기를 바라보며 오늘은 어떤 소리가 들려나올 것인지 습관처럼 가늠해 보곤 하는 노루골오도팔 씨를 노루골 안방마님은 마치 ‘병적인 환자’ 보듯 하겠지만, 감히 스스로 공감각 능력의 소유자라고 말하고 싶다.

     

    “쉿, 이보시우, 부인의 귀에는 지금 흐르고 있는 음악이 안 들리시는가?”

     

    ....이렇게 흉내내다가...들은 한마디는...

     

    “하다하다 이젠 별...”

    말 끝에 그 어떤 말도 더는 붙이지 않으셨다. 하지만 명료하게 끝맺은 종료형이 아니라 진행형으로 맺은 것이 우째 영 기분이...카잘스 사진 앞에서 노신사가 듣는다는 음악처럼 이 한마디 들은 듯하다.

    “미친...” ㅡ,,ㅡ;;



    보이시는가. 저어기 문짝들...거기에 룸튜닝한다고 덕지덕지 붙여놓은 나무쪼가리들...
    이 방이 안방이다. 마나님께옵서 기거하시는...

     

    어찌하여 위대한 첼리스트의 사진까지 끌어와선 쥐뿔 능력도 없는 주제에 상상력이니 공감각이니 거창한 썰로 말머리를 열고 있을까나...

     

    7년 만에 다시 재개한 오됴질을 안방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무슨 상관이냐고?

     

    우리집에서 가장 넓은 이 방은 원래 서재 겸 오디오룸으로 쓰던 것인데 오디오를 접으면서 마나님께 안방으로 진상해야 했다. 가나안 지역이 애초 이스라엘 땅이었느냐 팔레스타인 땅이었느냐를 따지듯 한다면, 이 방은 설계할 때는 안방이었다. 해서 화장실도 달았고. 그렇지만 막상 집을 지으면서 오디오룸으로 쓸 생각에 천정도 처마까지 비스듬히 내려빠지는 지붕 선(斜面)을 그대로 살려 높게 확보했고, 모세의 기적에 힘입듯 ‘젖과 꿀이 흐르는’ 음악의 전당으로 자리했다. 마나님 시각에선 이 방이 ‘버리고당’과 ‘화성 3인방’을 비롯한 ‘환자들’이 수시로 부나방마냥 모여들어 ‘깨춤’을 춘 ‘병동’이었을 테고, 오도팔들 입장에서는 하안거(夏安居) 동안거(冬安居) 같이 득음정진을 추구하기 위한 공간이었을 것이다.

     

    하여간 공간적으로, 또한 역사적으로 이러한 이점과 사연이 있는 방이니 노루골오도팔 씨로선 집착할 수밖에. 모름지기 소리란 공간이 반은 먹고 들어간다지 않은가. 숭그리당당 숭당당...여하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어정쩡한 동거를 하게 된 것처럼 우찌우찌 비집고 들어가는 데 성공했고, 뭐 이때부터의 작전이야 뻔하지 않은가. 한고개 넘을 때마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쥐~’ 기껏 살려주었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철면피 수법...‘배째’ 수법은 자칫 부부지간 도장 찍을 불상사가 상존하는 막가파 하책이나 이에 비하면 ‘읍소 반 협박 반’을 뒤섞은 ‘떡 하나~’ 수법은 이른바 병법서에서도 상책으로 치는 허허실실, 족보 있는 전법이다.

     

    그런데 우리 노루골마나님...한번 당하지 두 번 당할소냐, 예전의 그 어멈이 아니었다. 숱하게 들락거리는 철면피와 철부지들을 겪으면서 내공이 어마무시해져 있었다. 이쯤되고 보니 의기양양 안방에 진주했노라 믿었던 노루골오도팔 씨는 한갓 셋방살이 신세일 따름이었다. 우선 밤12시가 되면 오디오 전원을 끄고 소등해야했다. 마나님의 숙면을 방해해선 아니 되었다. 더부살이라도 하려면 도리가 없었다.

     

    이 대목에서 잠시 상상해 보시라. 마나님 주무시는 깜깜한 방 홀로 동그마니 앉아 창틈으로 새어드는 달빛에 희끄무리 윤곽 드러낸 기기들을 바라보며 노루골오도팔 씨가 할 수 있는 일이란...공감각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려 용쓰는 것 말고 뭐가 있겠는가.

     

    그래서 그때 무슨 소리 들었는가 묻지 마시라. 한산섬 달 밝은 밤 수루에 홀로 앉아 긴 칼 옆에 찬 그 분과 같이 깊은 시름 잠겼어도 같은 심정일 수 없다. 그 분은 나라를 위해 깊은 시름하셨지만, 노루골오도팔 씨는 그런 밤마다 쌕쌕 깊은 잠 주무시는 마나님께 들려준 소리 하나 있다. (물론 속으로만...) ㅡ,,ㅡ;;

     

    “...더러워서...”



    가끔 전등을 죄다 끄고 들을 때가 있다. 오장육부의 감각이 오로지 소리 하나에만 집중되어 좋을 때가 있다. 공감각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하면, 그때가 황홀경이지 어떤 때가 황홀경이겠는가. 

     

    #2. 똥장군 지고 장에 가다

     

    가난한 자의 오디오질이란,

    푸쉬킨 시구(詩句)를 염불처럼 외며 사는 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며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푸쉬킨 센세이가 현세에 태어났다면 분명코 오도팔이셨을 것이다.

     

    저렴하게 할 수 있는 게 PCFI라는 주변 뽐뿌맨의 감언에 혹 하고 시작한 피씨파이 시스템 구축의 여정. 된장~, 한 고개 넘을 때마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묵지~ 고행의 버전일 줄 누가 알았으리오. 더군다나 심청이 같은 딸 하나 두지도 못한 ‘컴맹’ 주제에 공양미 삼백 석이란 말에 덜컥 마음이 동했으니.

     

    예전 온라인 유료결제 방법을 몰라 전화한 고객과 주고받은 대화 한토막이 이랬다지.

    “마우스로 드래그 해보세요~”

    “네???”

    “컴퓨터 화면을 아래로 내려보시라고요~”

    “어...잠깐만요...”

    한동안 묵묵부답 말이 없고 뭔가 힘쓰는 듯한 신음소리가 수화기로 들려온다 싶더니...

    “바닥에 컴퓨터 내려놨어요. 다음은요?”

     

    노루골오도팔 씨 역시 하나 다를 바 없는 컴맹임에도 용감하게 피씨파이를 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이 대목.

     

    우리가 흔히 일컫는 CDPlayer는 16bit 44.1khz 음원을 담은 CD를 재생하는 것을 말한다. 이보다 훨씬 많은 정보량을 담은 24bit 이상의 고음질, 가령 SACD를 들으려면 별도의 SACDPlayer가 필요하다. 비디오테이프를 DVD플레이어로 돌릴 수 없고, Blu-Ray 디스크를 DVD플레이어로 볼 수 없으니 별도의 Blu-Ray플레이어를 사야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자면 또 거금이 든다. 돈...돈이다. 오죽 한이 맺혔으면 죽을 때라도 돈벼락 한번 맞고 죽는 게 소원이겠는가....ㅡ.ㅡ;

     

    그런데 리핑한 음원을 돌리는 피씨파이는 별도 기기 구매 없이 24bit 고음질까지 들을 수 있다잖은가. 심봉사처럼 눈이 번쩍 떠지지는 않았으나 귀가 뻥 뚫렸다. 컴퓨터에서 1차적으로 음원(파일)을 플레이 해주는 foobar나 jriver, amarra 등과 같은 프로그램과 Dac 스펙에 따라서는 DSD 파일까지 들을 수도 있다니...오마나 글쎄, 확장성이 이처럼 크다면야 뺑덕어멈인들 어떠하고 곰보 째보인들 마다할 이유 있으랴.

     

    16비트건 24비트건 원소스에서 추출(리핑)한 게 음원파일이고, 그렇다면 제아무리 잘 리핑했더라도 원소스에 버금갈 순 있을지언정 뛰어넘을 순 없을 것이다. 이런 면을 고려한다면 소스기를 CD플레이어나 LP 턴테이블로 운용하는 본류의 소리를 능가하긴 어렵지 않을까. 하이엔드 시스템을 운용할 경우 그럴 것이라는 게다. LP건 CD건 초하이엔드, 하이엔드 시스템을 운용하는 사람이 그 좋은 소리를 두고 굳이 음원 플레이에 목맬 까닭이 없다. 피씨파이로 얻을 수 있는 편리성 때문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렇지만 미드파이 축에도 못 끼는 노루골오도팔 씨 같은 이에게는 사정이 달라진다. 잘만 구축하고 운용하면 일타쌍피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끌어낸다고나 할까. 매번 판을 바꿔 걸어야하는 수고로움도 덜 수 있고, 굳이 ‘어둠의 경로’를 통하지 않더라도 친구들과 서로 보유한 음원을 교환하는 정도로도 빈약한 음반 라이브러리를 풍성하게 갖출 여지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곡들로만 골라 편집앨범(리스트)을 자유자재로 만들어 들을 수도 있거니와 기타 등등...하여간 이 모두가, 이 모두의 장점을 추구하는 데 값비싼 오디오 전용 소스기기를 살 필요 없이 집에 쓰고 있는 PC 혹은 노트북 꼴랑 한 대로 대체 가능하다니. 남들 장에 간다니 똥장군 지다가도 따라가지 않을 재간 있을까.


    ... ...
     

    ...남이 장에 간다고 똥장군 지고 따라간다...는 말, 공연히 있는 말 아니었다. ㅡ,ㅡ

     

    음원 압축파일 포맷인 flac이 뭔지, ape는 뭐고 aiff는 또 뭔고? 그야말로 Nas를 구축해 네트워크 플레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순진한 아해 콘돔을 풍선으로 알고 복어마냥 볼따구 터지도록 기를 쓰며 바람 넣어온 과정이었다. 오디오란 것이 터럭 하나 기기에 얹어도 소리가 달라지는 세계다. 좋은 쪽으로건 나쁜 쪽으로건 기기에 대리석을 받치면 경질의, 나무재질을 받치면 목질의 음질로 즉각즉각 변화하는 게 소리의 속성이다. 하물며 오디오를 위해 개발한 것이 아닌 PC를 소스기로 삼아 운용하는 피씨파이임에랴. 오디오 전용기기보다 더 천변만화(千變萬化)의 변수를 지녔다는 걸, 장터에 가서야 등에 똥장군 지고 온 것을 알았다.

     

    전자공학도가 아니어서 모르겠다. 그렇다고 전자공학도들은 알까? 솔직히 0과 1의 디지털 신호 체계로 이루어진 피씨파이를 하게 되면 USB케이블이나 파워케이블, 뭐 이런 쪽은 막선을 써도 하등 지장 없을 줄 알았다. 터럭 하나 얹어도 소리가 획획 달라지는 오디오 본류의 동네와는 달리 말이다. 그렇잖은가. 0과 1의 신호만 제때, 제대로 전달하면 될 일인데 여기에 그 무슨 변수가 개입할 여지가 있을까. 소리를 저해하는 주적, 진동은 그러려니 친다. 그렇지만 컴퓨터 저장 공간인 하드디스크까지 ssd냐 hdd냐에 따라, 컴퓨터 부품 사양에 따라 또 소리가 획획 달라지리라는 건 상상조차 못했다.

     

    심지어 랜선도 “나도 오디오 케이블이다!”고 주장하고 나서니 환장할 노릇이더라. 인터넷 공유기만 해도 그렇다. 그냥 공유기에서 Nas나 네트워크 플레이어로 직결하는 것보다는 스위칭 허브로 한단계 더 거쳐 가게 하면 해상력이 한결 좋아진다. 이것도 어느 회사 제품을 쓰느냐에 따라 또 소리 차이를 내니 할말 다했다.

     

    메인 PC는 물론이고 하다못해 외장하드 여러개를 묶어 쓰는 스토리지조차 오디오 케이블을 바꿔 낄 때마다 소리가 제각각 달라지는 걸 경험했다. 메인 PC도 윈도우, 리눅스 등 운영체제 영향 때문인지 아니면 부품과 설계에 따른 차이 때문인지 IBM과 매킨토시 컴퓨터가 또 다르다고들 한다. 어쩌면 운영체제에 따른 윈도우용/맥용 음원 플레이어(음악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차이일 수도 있겠다. 노루골오도팔 씨는 디자인이 예쁘고 아담 사이즈인 맥미니로 시작해 디지털 음원을 아날로그틱하게 만들어준다는 BOP을 붙여 들었고, 근래에는 루민 D1를 들여 네트워크 플레이로까지 진일보해 병행 중이다. 애초 이렇게까지, 여기까지 올 작정을 하고 온 길이 아니었다. 이러고도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으니...등에 진 이 똥장군은 어찌할꼬.

     

    여하간 요는, 피씨파이는 생각보다 변수가 많고 변수가 많은 만큼 복잡하다는 것. 복잡하다는 건 그만큼 공부를 해야함을 뜻한다. 오디오의 세계는 아는 만큼 들리는 것. 이 맛이 없다면 그냥 오디오지 오디오‘질’이 아닐 터. 모름지기 오디오질이란 호기심 반, 도전정신 반이랬다. 지나고 나면 내가 디뎠던 곳이 ‘길’이듯 복잡해 보이는 것도 사실 알고 나면 별것 아니다. 어떤 경위로 시작했건 피씨파이를 하나하나 알아가고 익혀가면서 차츰차츰 소리를 끌어올릴 수 있었고, 지금은 기냥저냥 들어줄만한 정도까지는 구축한 상태다. 그럼 애초 피씨파이를 선택할 때 의도했던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봤냐고 물으신다면...그저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고만 말하겠다.


    오디오란 것이 쓰다듬어주고 핥아주면 줄수록 소리로 보답한다.
    어쩌겠는가. 자식 기를 때와 같이 돈 먹는 하마일망정 낳은 정보다 기르는 정이라잖은가. 소리 만들어가는 과정, 그 재미에 오됴질한다. (새끼 젖 먹이는 노루골 굉이 샤샤...이 녀석들 곧 분양해야하는데...)

     

    #3. 누전차단기를 갈다

     

    경허선사 같은 고승이 술먹고 오입하고 파계행을 하면 사람들은 이를 무애행(無礙行)이라며 기꺼이 사면하기를 마다 않는다. 오히려 기행에 깊은 속뜻이 있을 거라며 대대손손 인구에 회자된다. 그런데 사미승도 안되는 주제에 똑같은 파계행을 하면 ‘無애’행이 된다. 여기서 ‘애’는 북한말로 ‘명태 따위의 간’을 이르는 순우리말로 ‘無애’란 한마디로 간댕이가 없다...무대뽀, 무대책을 말한다. 노루골오도팔 씨의 오됴행각은 고승 반열에 들지 못해서일까, 언제나 마나님께 ‘無애’행 취급을 받는다.

     

    벽체 콘센트를 기십만원짜리 오디오용 콘센트로 바꾸고 효험 봤다는 소리, 오도팔들에게 이쯤은 놀랄 일도 아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누전차단기까지 바꾼다면? 누전차단기야 과부하가 걸리면 자동으로 전기를 딸깍 끊어주는 장치일 뿐이다. 그런데 이걸 어떤 제품으로 바꾸었더니 소리가 앰프 하나 업글한 것처럼 달라지더라며 게거품을 물며 환장한 인간들 한둘 아니었다.


    오도팔들이 환장한다는 누전차단기 지멘스(맨 아래 흰색 차단기)...마침내 달다.

     

    실제 여기 ‘하스 놀이터’의 양반장이 주도해 2015년말 독일 지멘스(Siemens) 차단기를 한무리의 오도팔이 공구한 적 있다. 오디오룸을 차단하는 25A 하나에 돈 십만원쯤 들였던 거 같다. 그때 똥장군 지고 장에 가는 놈마냥 휩쓸려 사놓고 정작 작업할 엄두가 안나 1년 반이나 묵혀 놓다가 현충일 연휴에 마침내 달았다.

     

    노루골오도팔 씨, 마나님께 다른 건 다 감추고 속여도 이것 하나만큼은 은폐할 수가 없다. 전깃세! 처음 오디오를 시작했을 때 몇 달 간 마나님은 어찌하여 전깃세가 껑충 뛰었는지 이해하지 못하시었다. 굳이 의심의 눈초리 보내지 않으시는데 노루골오도팔 씨 자진신고할 일 없다. 그렇게 뭉개다가 결국 오래가지 못하고 딱 걸렸다.

     

    다시 오디오를 시작했을 땐 마나님 어느 정도 각오한 눈치셨다. 그래도 AB클래스 파워앰프를 쓸 때는 견딜만했다. 그렇지만 A클래스 파워앰프를 들이고선 미친X 널 뛰듯 눈에 띄게 전깃세가 올라갔다. 누진세가 붙으면서 매달 내는 평균금액에서 10만원을 훨씬 상회하는 액수가 덧붙어 나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파워앰프를 바꾸고 싶진 않았다. 자고로 사람이나 기기나 뜨거워야(?) 좋은 벱. 오디오 동네에서 일찍이 명기로 소문난 기기들은 ‘열’이 장난이 아니다. 지금 들어앉힌 파워앰프 스레솔드(Threshold) T200도 한 3시간쯤 예열되면 그 순간부터 방중술이 달라진다. 연산군이 장녹수 치맛폭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건 나름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보통 가정집 전기 기본용량은 300KW다. 이를 넘겨 쓰면 누진이 붙는다.
    과사용의 주 장본인은 오디오 앰프들.
    요샌 태양열을 비롯한 대체에너지 연구가 많이 이뤄져
    가격도 많이 내렸고 내구성도 좋아져 설치할만하다.
    지역농협에서 10년 장기상환 대출도 해주므로
    매달 전깃세 낸다 생각하면 누진세 떠안는 것보다 경제적이다.

    도저히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듯 노루골마나님 차마 오디오를 폐하진 못하옵고 대신 ‘태양광 설치’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셨다. 월평균 300KW 충전(태양전지판 12개)이 기본단위다. 때는 이때다 싶어 태양광 설치 기사들이 왔을 때 차단기를 부탁했다. 굳이 왜 멀쩡한 차단기를 들어내고 크기도 색상도 맞지 않은 걸 다느냐고 묻기에 대략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음질 향상을 위해 독일에서 10만원을 주고 사온 거라고 하자 정말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눈치로 이렇게 말한다. “이거 하나 값이 전체 차단기 3개를 살 수 있는 값이네요...”

     

    찰나의 순간, 갑자기 독순술(讀脣術)이라도 생긴 걸까. 또 말 끝에 매달린 한마디 말이 환청처럼 들렸다. 또 한번 발동된 공감각 능력. 한걸음 뒤에서 이를 지켜보던 마나님과 전기기사 양반의 정확히 일치하는 표정에서, 차마 면전에 내뱉지 못하고 짤라먹은 한마디가 역력히 드러나고 있었다.

     

    “...미친...!”

     


    맨위 동그라미 친 흰색차단기가 집전체 전기를 끊는 메인차단기다.
    이것은 국산 LS산전 것이 괜찮다고 하여 한참 전에 교체했었고...
    아래 동그라미 친 부분이 이번에 교체한 지멘스 차단기다. 
    내 오디오룸 콘센트를 관장하는 놈이다.   
     

     

    차단기는 일반 기기들처럼 바꿔가며 A-B-A 테스트를 할 수가 없다. 해서 교체하기 전날 밤 자주 듣는 몇 곡을 귀에 담았다. 그래봤자 3초 후면 증발될 것이지만...차단기를 교체하자마자 이 곡들부터 잽싸게 돌렸다.

     

    맑고 깨끗하다. 해상도가 한결 좋아졌다.

    가장 먼저 든 느낌이다.

     

    딱히 더 부드러워졌다는 기분은 안 들었으나 악기들의 입체감이 더 살고 그러니 전반적으로 생동감이 더 생겼다. 뭐랄까, 수백만원짜리 파워케이블을 붙였을 때처럼 소리의 통울림과 진폭이 굵고 넓어지고 스피커 방면 상하좌우 무대를 꽉 채운다. 전날 소리의 성향을 아무리 관자엽 안쪽 해마에 꾹꾹 쑤셔넣었다지만 인간이 소리를 기억할 수 있는 능력은 그 중 취약하다. 어쩌면 플라시보 효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감각은 세세하게 기억하지 못해도 전체적인 상황은 기분으로 감지해내는 법. 좋아진 것이 분명하다. 돈 10만냥에 고급 기기를 교체한 효과를 봤다면...이런 상황에서 세상 오도팔들은 엄지를 척 들어올리며 이렇게 소리친다.

     

    “따봉!”

     

    좀 약한가? 그럼 이건 어떤가.

    무릎 꿇고 하늘로 두 팔 벌려 산신령께 감읍하는 심마니 포즈로,

     

    “심봤따!”

     

    ......

     

    언제 들어오셨는지 한심한 눈으로 마나님께옵서 지켜보고 계셨다.

    암말 않고 그저 지켜만 보고 계실 뿐인데...뿐인데 번번이 어찌하여 노루골오도팔 씨 귀에는 혀를 끌끌 차는 이 소리가 거듭 들려오는 겐가.

     

    “...하다하다...이젠 별...”

    그리고 마무우우리 이 한마디 소리까지.

    “...미친...”

     


    오디오 갖고 노는 걸 넘 뭐라 나무라지 마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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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VEL5(11.4%)
  • 그래 봤자 오디오! 그래도 오디오!
    이젠 골짜기라 할 수 없게 된, 노루골이라는 곳에서 서식하며 음악을 즐기는 오도팔(誤道八). 십수년 (오)디오질을 했음에도, 수준이 도개걸윷모의 윷판에서 (도)마냥 여전히 생초보 단계에 머문 채, 오디오이야기를 할 때마다 마나님어록을 약방의 감초처럼 소개하는 걸 즐기는 (팔)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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